탐방│노인존엄케어 실천하는 이손요양병원

욕창·낙상 없애고 기저귀·침대에서 벗어나기

2018-02-05 10:39:45 게재

환자 자립할 수 있도록 4무2탈운동 … 환자들"집처럼 편안하고, 집보다 안전해요"

 

서금순씨

"아들이 인터넷으로 이 곳을 찾아, 요양병원이라고 해서 싫다고 했는데 와보니 너무 좋았어요. 심심할 시간이 없어요. 치료받으려 다니고 그림 색칠 칠하거나 다른 프로그램 다니느라. 직원들하고 많이 친해져 편안히 지내고 있지요." 뇌졸중으로 입원치료 중인 서금순(82)씨 말이다.

"당뇨가 심해서 다른 병원 입원했는데 애들이 이 병원이 좋다고 옮겼습니다. 집에 있으면 며느리 아들들이 매사 신경을 쓰고 당뇨 때문에 어지럽고 쓰러지면 가족들이 다 힘든데 여기 있으면 불안하지 않고 수고스럽지 않죠. 사흘마다 목욕해주고 공기도 좋아요. 직원들이 말 떨어지기 전에 들어줘 더 좋습니다. 외출을 하고 싶으면 애들 불러 나갈 수도 있어요. 복도 걷고 운동도 하지요."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중인 박계화(88)씨 말이다.

박계화씨

'요양병원'하면 아직은 뭔가 우리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곳일까? 우려하고 이것저것 살피게 된다. 실제 모시고 나서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경남 울주군(양산 가까운)에 있는 이손요양병원에 생활하고 있는 환자들의 표정과 활동을 본다면, 처음에는 '이런 곳도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다가 '가족을 맡길 수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가는 것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손요양병원 문을 들어선 후 한참 병원 전체를 돌아다녀도 흔한 '병원'냄새가 나지 않는다. 와상환자를 제외하고는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드물다. 돌아다니는 환자들이 각 층 마다 즐비하고 지나가는 직원들과 인사하기 바쁘다. 재활프로그램이 진행하는 공간에는 전문재활치료사와 노인환자들이 재활서비스를 나누고 있다. 한 복도 모퉁이에는 지역 봉사자들이 할머니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고 있다.

 

이손요양병원 재활치료실에서 한 입원환자가 공던지기를 하고 있다.

 

 

경남 울주에 위치한 이손요양병원 재활치료실에서 재활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모습이 아닌 생활한다'는 느낌을 준다.

"4무2탈, 손 많이 가지만 환자 좋아져 보람" = 이손요양병원 경영진과 직원들은 4무2탈 실천을 벌이고 있다. '냄새 낙상발생 욕창발생 신체억제' 네 가지를 없애고, 기저귀 침대(와상)로부터 벗어나기. 손덕현 병원장은 "우리병원은 어르신존엄케어를 추구하고 있다. 환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남아있는 잔존능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이라며 "우리나라 요양병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낙상 발생은 재활을 통해 하지근력을 강화하고 낮은 침대 이용 등 예방프로그램 운영으로 막는다. 만약 낙상이 발생하는 응급처치와 신속 보고하는 체계를 갖췄다.

욕창 발생을 막기 위해 체위 변경 시간을 정하고 주기적인 체위를 바꾸고 영양상태를 평가하고 위험군을 파악해 주의 관찰한다. 주기적인 환기와 목욕, 기저귀 관리 등을 통해 냄새를 없앤다. 또한 의료진과 직원의 편의에 의해 환자의 신체를 속박하는 묶기를 하지 않는 존엄케어를 실천한다.

신승연간호사

나아가 탈기저귀 활동은 재활을 통해 스스로 화장실을 가도록 훈련해 삶의 희망을 높이고 인격존중을 실천한다. 탈침대는 생활프로그램 활성화로 가능한 침대에서 벗어나게 한다. 특히 식사는 층 중앙공간에서 모여 식탁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신승연(44) 간호사는 "4무2탈 실천을 진행하는데 사실 종합병원 14년 근무했을 때보다 손이 많이 가고 힘들다. 그런데 환자들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자부심도 느끼고 즐겁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이인숙(58)씨는 "배뇨활동을 일일이 돕다보면 쉽지 않다. 비용을 따로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환자분들이 냄새가 나지 않고 재활활동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 대한민국 최고 요양병원을 함께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덕현 병원장

"지역 의료복지 연계모델 만들기가 목표" = 손덕현 병원장은 "어르신들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며 병원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인실 4인실 병실에는 눈부심 방지를 위해 간접조명이 이뤄지고 있었다. 개인 스마트 TV가 설치돼 있었고 각자의 사물함, 병실마다 다른 벽면 색, 통유리를 통한 탁 트인 밖 구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배변활동을 위한 비데설치며 샤워실 등이 갖춰져 있고, 각층 복도는 미술작품들이 줄지어 배치되어 있다. 작은 도서관도 준비돼 있어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카페테리아도 이용할 수 있다.

노인환자 안전을 위해 미끄럼방지 제품을 복도바닥에 깔았다. 화재예방을 위해 스프링클러, 자동화재 속보설비, 자동방화문, 가스경보 및 차단설비, 방독면, 방화복, 소화기 등을 비치하고 정기적으로 울주군 소방서와 훈련을 하고 있다.

다른 요양병원에서 보기 힘든 치과도 있다. 치아 이상은 영양섭취 문제를 일으켜 환자건강에 악영향을 주므로 특히 필요하다는 손 병원장의 노인통합케어서비스 제공하자는 의지가 반영됐다. 치과와 더불어 건강검진센터 외래 진료실도 갖춘 것은 지역에 의료기관이 많지 않아 불편을 겪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갖췄다.

이손요양병원은 올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노인의료복지 시스템을 갖추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전문재활치료, 호스피스완화시범사업, 혈액투석 등 노인병원으로서의 포괄적인 기능 수행 △울주지역 요양시설과 복지시설과 연계체계 구축 △요양시설과 노인공동주택 설립 △지역사회에서 이손병원의 역할 높이기 위한 지역연계실 운영 등.

손 병원장은 "환자분들과 가족들에게 설명을 잘하는 병원, 환자들의 회복기와 만성기 재활에 전문성을 갖춘 한국 최고의 재활병원을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공적지원이 지금은 안되더라도 먼저 병원이 노인환자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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