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을 통해 누리는 인간다운 삶

2018-02-08 11:07:33 게재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올해 28세인 중증 뇌병변 장애인 A씨는 커피바리스타로 지난해 5월부터 공공기관에 설치된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첫 월급을 받은 후 스스로 주민센터를 찾아가 "13년 넘게 받아온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 대신 스스로 땀을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알게 됐다"며 "내 힘으로 월급을 벌어 생활하니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함을 넘어 당당함과 자부심을 드러낸 A씨. 스스로 번 월급 90만원에서 38만원을 주고 자전거를 구입했다고 하니, 자전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가슴 벅참은 운동으로 인한 것만은 아닐 듯하다.

A씨가 일하고 있는 곳은 정부가 운영하는 카페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이다.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사회 공공기관 내에 카페를 설치했다. 공공기관 등은 카페를 설치할 장소를,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카페운영에 필요한 매뉴얼을 제공하는 형태다.

중증장애인 훈련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카페운영으로 나온 수익을 중증장애인 고용이나 급여에 연계해 궁극적으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보다도 높은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증장애인 A씨가 스스로 일하는 행복을 넘어, 올라간 급여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장애인의 88.9%가 후천적으로 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초점을 두고 다음과 같은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첫째,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업 상담을 제공하고 자격증 취득 및 직업훈련을 통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맞춤형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기업체가 함께 참여해 중증장애인이 요양병원, 병원, 마트 등 직업현장에서 훈련을 받고 실제 고용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장중심 직업재활지원 사업' 시범사업을 5개 권역에서 실시하였고, 향후 확대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장애인 의무 고용을 국가·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3.2%, 민간기업은 2.9% 이상 하도록 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사업주에게 지원해주는 고용장려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일반고용시장에서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는 직업재활시설 등 보호된 환경에서 일하도록 돕고, 이러한 중증장애인이 만든 생산품을 공공기관에 우선구매토록 하여 판로를 확보해 주고 있다. 또한 연 1만7000여 명의 장애인에게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제공한다.

장애인의 고용과 일자리 확대로 일하고 싶은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 이상의 적절한 급여를 보장하는 것이 장애인 자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방안이다. 그러나 앞에 제시한 지역사회 카페모형처럼 지역사회가 협력하지 않으면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이 자립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해 주는 한편, 일하는 장애인을 직장의 일원·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의 포용의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뿐 아니라 지역사회, 국민 모두가 장애인 자립을 위해 협력하고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포용적복지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걸음이라고 믿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