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미 국채 위기, 누가 구원자 될까

2018-02-23 00:00:01 게재

사회보장연금, 중국·일본 등 전통적 매입주체 모두 방향전환 … "양적완화 재도입 불가피" 주장도

이달 15일 발표된 가장 최근의 미 재무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20조7600억달러로, 전날 대비 500억달러가 늘었다. 미 행정부의 셧다운 위기가 있었던 10일 이후로는 2660억달러 상승했다. 현재 미 정부부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05%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 50~60% 선이었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표1참조).

보통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재화와 용역의 순가치를 생산면에서 포착한 GDP로 측정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부채가 늘어야 경제가 성장한다. 정부가 적자지출(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다면, 미 경제는 축소되고 만다.

2008년 이후 미 행정부의 적자지출은 GDP 성장분보다 더 컸다. GDP에서 적자지출을 뺀 순차액은 2005년을 제외하고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9년엔 순차액이 무려 1조9000억달러에 달했다(표2참조).

현재 추이를 고려해 향후 미 경제가 연 2.5% 성장하고 정부가 매년 1조2000억달러의 적자지출을 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GDP 성장액에서 적자지출을 뺀 순차액은 마이너스 7000억달러, 2025년엔 마이너스 6000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조건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미 경제가 매년 3.5% 성장하고, 정부가 적자지출을 1조달러로 줄인다고 가정해도 순차액이 마이너스인 상황은 그대로다. 올해엔 마이너스 3000억달러, 2025년엔 마이너스 1000억달러가 된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전문 블로그 '에코니미카'는 22일 "미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빚을 내야 하지만, 그 빚의 덩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늘어나기만 한다"며 "결국 미 경제는 빚의 구렁텅이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69년부터 '통합예산'(Unified budget) 원칙에 따라 국가의 총예산과 지방자치단체의 총예산을 모두 합쳐 파악한다. 중앙정부의 일반회계예산은 물론 모든 특별회계예산과 각종 기금, 지방정부의 일반·특별회계 예산을 모두 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연금이 정부 예산 내로 편입됐고, 의회 법안을 거쳐 연금이 낸 흑자는 미 국채를 매입하는 자금이 됐다. 1970년부터 2008년까지 사회보장연금을 포함한 정부 기관은 신규발행 국채의 45% 정도를 매입해왔다. 이는 국채 발행량의 55%만 금융시장에 풀리고 나머지는 연금 등 정부기관이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회보장연금 흑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07년 절정기엔 흑자액이 2000억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말엔 200억달러에 불과했다. 사회보장연금 신탁펀드에 따르면 2020년 또는 2021년이면 연금의 흑자는 제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40년 동안 의무적으로 국채를 매입했던 큰손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앞으로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신규 국채 대부분이 즉시 시장에 풀리게 된다.

2008년의 경우 시장에 풀린 국채는 5조3000억달러, 사회보장연금 등 정부기관이 사전에 매입한 국채는 4조2000억달러였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 보유분이 15조달러로 오르고, 정부기관 보유분은 5조500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기관이 국채 보유분은 2020년 5조6000억달러로 정점을 찍다 2025년엔 4조600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장이 떠안아야 할 국채는 20205년 24조5000억달러까지 부풀 전망이다(표3참조).

그렇다면 급격히 늘어날 미 국채를 누가 매입해줄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다. 3개 주체로 나눠볼 수 있다. 외국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연금과 은행 뮤추얼펀드 개인 등 미국 내 민간투자자들이다.

연준의 경우 현재 오히려 가지고 있던 국채를 떨어내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와 자산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를 떨어내는 양적긴축 작업에 돌입했다. 4조5000억달러 자산 규모를 절반 수준인 2조2000억달러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2022년까지 매년 25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시장에 내놓을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 등 외국 정부의 국채 매입활동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들 나라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조3000억달러의 국채를 추가 매입했다. 연간 평균 1600억달러 규모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연준의 양적완화 시행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3조8000억달러 규모 국채를 뭉텅이로 사들였다. 연 평균 5400억달러 규모다. 그러다 현재까지 이후 3년간 1500억달러, 연 평균 500달러를 사들이는 데 그쳤다(표4참조).

세부적으로 중국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조2000억달러 국채를 사들였다. 하지만 그해 7월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셧다운(일시적 정부 폐쇄)이 벌어지자 이후 미 국채를 팔고 있다. 일본은 2000~2011년 6000억달러 국채를 사들였다. 일본은 셧다운 논란에도 미 국채를 사들였지만 2015년부터 다시 매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에 풀릴 미 국채를 사줄 주체는 미국 내 민간투자기관 또는 투자자여야 한다. 현재 약 6조달러어치의 국채를 보유중인 이들 그룹은 앞으로 신규발행 국채분과 연준 등이 떨어내는 국채를 포함해 매년 1조5000억달러 규모를 새로 매입해야 한다. 2017년 기준 미국의 GDP는 19조3621달러였다. GDP의 7.7% 정도가 미 국채 매입분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투자그룹이 국채 매입을 꺼린다면, 국채금리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미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같은 상황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에코니미카는 "유일한 해결책은 연준이 통화긴축 정책을 접고 다시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그것말고는 향후 벌어질 미 국채발 위기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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