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교육 시행한 학교 봤더니

남학생, 차별·혐오 의식하는 계기…여학생, 경험 공유하며 용기 얻어

2018-03-22 10:57:27 게재

"청소년기에 성평등 교육 중요"

'미투' 운동 이후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폐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동안 초중고 내 이뤄지고 있는 성교육은 사실상 생식기 중심 성교육으로 이뤄지고 있어 정작 필요한 '성평등 의식'이나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회에 나가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을 받게 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생각과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청소년 시기에 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한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김수자 연구자는 지난 달 발표한 석사학위논문 '학교현장에서의 페미니즘 교육실천에 관한 연구'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시행 중인 중고등 대안학교 사례를 분석하며 페미니즘교육이 청소년들이 성평등한 주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자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5개의 대안학교에서는 소규모 그룹 내에서 토론방식 수업 또는 소모임이나 동아리 형식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정해진 교육내용이나 틀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페미니즘책 읽기, 일상 경험 이야기하기, 페미니즘 관련 사회활동 하기(생리대 문제, 낙태죄 폐지,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성차별 사례나 사회현상 또는 사건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성차별의식을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연구자와 인터뷰한 학생들은 페미니즘교육 이후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불편해졌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가부장적 사회에 익숙해져 있다가 페미니즘적 사고로 다시 보니 '잘못 됐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깨달음 이후 특히 여학생들은 학교 곳곳에서 적극적인 문제제기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페미니즘 실천에 소극적인 남학생들과 갈등을 빚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자는 "페미니즘을 접한 학생들은 익숙했던 일상들이 하나하나 낯설고 불편해지는 고통을 경험한다"면서 "익숙했던 것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되고 페미니즘적 사고가 맞다는 확신이 있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학생들은 자신들이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게 되는데 동시에 만만치 않은 반페미니즘 정서와 마주하면서 여기 대응할 수 있는 실천전략을 고민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페미니즘 교육은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준다. 여학생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받으면서 용기나 희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남학생들은 '남자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행할 수 있었던 차별이나 혐오를 의식하게 되고 자기 일상을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인식의 확장을 경험했다.

김 연구자는 이같은 관찰을 기반으로 "페미니즘 교실 안에선 각자 위치와 정체성에 기반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이런 경험 속에서 발견하는 차이와 다양한 견해는 새로운 사유와 성장의 촉매제가 된다"면서 "10대들이 속해 있는 학교가 성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성평등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교육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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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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