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도시외교 성과 톡톡

2018-03-28 11:08:39 게재

베트남 꾸이년서 한글 교육

"존경하는 용산구청장님 충북 청주에 살고 있는 백OO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지난 주말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이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주인공은 "2017년 10월 아들이 베트남 꾸이년시 어촌마을 색시와 결혼을 하고 지금 신부수업을 하고 있다"며 난데없이 며느리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온 새아기 한국말 솜씨가 너무 좋아 알아보니 용산구에서 운영하는 꾸이년 세종학당에서 공부, 실력을 닦았다는 얘기다. 백씨는 "꾸이년 세종학당에 들러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베트남 학생들 한국문화체험 학습(장면)을 보고 감동했다"며 "용산구가 수년간 (해온) 베트남 한국문화 사업에 응원 드리고 감사한다"고 전했다.

성장현 구청장이 사무소 개소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 용산구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앞서 일찌감치 진행해온 도시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다. 1997년 꾸이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뒤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 저소득가정과 라이따이한(한-베 혼혈아)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백내장 치료기기 지원, 우수학생 초청 유학 등에 이어 2016년부터는 현지에서 한글과 한국문화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우호 교류 20주년을 기념해 꾸이년에 국제교류사무소를 열고 첫 업무로 한국어 강좌를 시작했다. 학생 40명을 모아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 800명이 신청, 경쟁률이 20대 1에 달했다.

용산구는 꾸이년 주민들 호응에 답하는 의미에서 그해 6월 세종학당재단과 '한국어·한국문화 국외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학당을 열었다. 지자체가 나서 해외에 세종학당을 연 첫 사례다. 재단 도움으로 한국어 교실은 한층 전문화됐고 수강생도 한학기 150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517명이 학당을 거쳐 갔다. 성장현 구청장에 편지를 띄운 백씨의 며느리도 그 중 한명인 셈이다.

수강생을 늘렸지만 '대기자'는 여전히 줄을 섰다. 구는 올해 규모를 두배로 늘려 10개 반 300명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구는 "중·고생부터 대학생 공무원까지 수강생이 다양하다"며 "74세 할아버지도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수강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강의는 국제교류사무소와 꾸이년 평생직업훈련원 교육장에서 진행된다. 용산구에서 한국으로 초청해 유학을 지원, 지난해 숙명여대를 졸업한 팜휜 이??씨도 힘을 보탠다.

용산구는 국제교류사무소가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한국문화 보급 거점으로 거듭났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은 "외교권 없는 지방정부라도 국익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용산구 지원을 받아서 숙명여대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아버지로서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성 구청장은 낯선 나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베트남 딸'이라 부르며 구청에 초청해 응원하기도 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편지를 보내주신 백 선생님, 꽃피는 4월 며느님과 함께 용산구로 나들이 한번 오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한 뒤 "지한파육성은 물론 일자리 경제 분야까지 교류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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