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 폐기물 어떻게 처리할까?

2018-04-10 10:44:37 게재
윤승준 서울대 산학협력교수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요즘 우리나라는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거업체들이 라면봉지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으로 재활용 산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촉발되었다. 중국으로 수출되던 폐플라스틱의 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에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시장규모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해법은 폐플라스틱이 재활용 제품의 원료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급에서부터 수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찾아야 한다.

"플라스틱 봉지가 도심에 나뒹굴지 않았으면"

"My dream is not to see plastic bags floating in the cities.(플라스틱 봉지가 도심에 나뒹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한 얘기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고민이 재활용에 있다면, 캄보디아는 쓰레기 무단투기에 있다. 수도인 프놈펜시에서만 하루 1000만개의 비닐봉지가 소비되고, 도심 주민들은 1년에 약 2000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비닐봉지들은 길거리나 하천 또는 우리의 난지도와 같은 매립장에 투기되고 있다. 길거리나 매립장에 버려진 폐기물 중에서 페트병, 금속캔처럼 유가성이 있는 품목은 개인 수집자들이 주어서 고물상을 통해 베트남 태국 등 인근 국가로 수출한다. 그러나 폐플라스틱 같이 부피가 크고 경제성이 없는 품목은 방치되거나 길거리에서 태우거나 빈 공터나 매립장에 버려진다.

반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생활용품 대부분은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태우거나 묻어버리는 대신 이를 재활용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 경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의 수입대체 효과로 캄보디아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캄보디아에서 발생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 환경부와 프놈펜시 공무원을 한국에 초청해 쓰레기 분리배출, 수거, 재활용품 원료와 제품을 만드는 전 과정을 현장에서 보고 배우도록 했다.

또한 캄보디아 환경부의 고위급 정책결정자와 한국 환경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쓰레기종량제, 비닐봉투 유상판매제도, 재활용 정책 등 우리의 폐기물 관리정책과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아울러 캄보디아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의 양과 성상 등을 고려해서 바로 도입할 수 있는 분리배출 방안을 제시하고 산업구조와 기술수준을 볼 때 비교적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전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기구나 선진국은 캄보디아의 시급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캄보디아에 물 관리 기술의 개발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폐기물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나 국제사회의 관심은 매우 적다. 캄보디아 정부도 지난 10월에 비닐봉투의 수입 생산 사용을 줄여서 공공의 건강과 환경 및 미관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비닐봉투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재활용 업체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이번 쓰레기 대란은 수거만 제대로 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재활용 시장이 위축되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 등 개도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재활용 폐기물의 해외수요를 늘려나가는 방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미 국내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우리 재활용 업체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줄 때가 되었다.

윤승준 서울대 산학협력교수 /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