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에 저항하는 정크본드 시장

2018-04-19 10:58:03 게재

기준금리 인상에도 고위험고수익 미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이 2015년 말부터 3년여에 걸쳐 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아직 그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국채 시장에서 장기국채 수익률은 예상과 달리 더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단기국채는 기준금리와 보폭을 함께하고 있다.


18일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2.41%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 국채 10년물은 2.82%로 2014년 수준에 불과하다.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0.41%포인트에 불과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이후 가장 적은 차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다. 연준은 대표적 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에 초점을 맞춰 시장조작(market operations)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채 단기물은 연준의 의도에 민감하다. 반면 장기물은 다르다. 수익률이 낮아도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투자자들이 연준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연준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매체 '울프스트리트'는 18일 "금융시장의 저항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숏셀러(short sellers, 단기공매전문가)들이 미 국채 10년물에 기록적인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는 장래에 대상물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할 때 이뤄진다. 조만간 10년물 수익률이 치솟고 국채 가격은 크게 떨어질 것이로 보는 것이다.

울프스트리트는 "국채 시장의 저항은 정크본드 시장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며 "정크본드 시장은 아예 연준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2016년 12월 이후 정크본드는 오히려 수익률이 하락했다. 달리 말하면 연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정크본드 시장의 거품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에 따르면 정크본드 중에서도 투기성, 위험성이 높은 CCC등급 이하 회사채의 유효수익률(effective yield)은 2016년 12월 11.9%에서 최근 9.9%까지 2%포인트 하락했다.

또 '고위험고수익'의 정크본드(BB+이하 전체)와 '저위험저수익'의 미 국채 간 수익률 스프레드는 최근 3.33%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올해 1월 26일 3.23%포인트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2007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유사할 정도다.

울프스트리트는 "현재 투자자들은 약간의 수익률도 마다않고 들판을 헤매는 하이에나와 비슷하다"며 "그런 이유로 연준이 긴축정책을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정크본드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결국 연준이 이긴다"고 주장했다. 정크본드를 발급한 기업들이 신용경색 상황을 맞아 이자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오면 수익률은 치솟는다. 그래프에서 보듯, 정크본드 수익률은 순식간에 치솟고 채권값은 순식간에 급락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랬다. 경제침체기가 아닌, 2년 전 단순한 국제유가 급락 때도 그랬다.

하지만 아직 그때는 오지 않았다. 현재 정크본드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연준의 정책을 반신반의하며 '고수익고위험'을 좇는 기존의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연준의 입장에서 이같은 현상은 긴축정책을 더욱 세게 밀어붙여야 할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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