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핵협정 탈퇴, 원유시장 전운

2018-05-09 11:24:55 게재

공급 감소로 유가 급등 요인, 첫날엔 하락 … 제재 유예기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산 석유에 대해 수출제재가 가해지면 글로벌 원유공급량이 줄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이란의 석유생산량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다. 2016년 1월 국제사회 경제제재 해제 이후 1일 생산량이 100만배럴 이상 증가해 400만배럴에 달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5.0% 규모다.

세계 석유시장은 최근 몇 달간 수급 균형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나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으로 세계 석유재고가 감소하고, 세계 석유 잉여생산 능력이 급감한 상황에서, 경제회복으로 석유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상황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이 지역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이란과 오만 사이 호르무즈 해협(중동 산유국의 석유 수송로)이 봉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물량을 전체 해상운송 석유물량의 30%인 1850만배럴(1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이란 핵협정 유지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70.73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당일에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67달러(2.4%) 하락한 69.0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예상 밖의 유가 급락세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과 동시에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돌입하지 않는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90일과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이란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일정 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오히려 국제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경제 및 금융 전문 채널인 CNBC 방송은 "원유시장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 선언과 동시에 대이란 제재에 들어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반쪽짜리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고덧붙였다.

WTI 기준으로 3년 6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선에 안착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국제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지 여부다.

이란의 원유수출이 제한된다면 국제유가에는 공급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른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나홀로 제재'가 국제적인 동참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란 제재발(發) 유가 파급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란 제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원유 수입국(2017년 기준)이다.

한편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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