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6월 신흥국 위기설'│④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자금유출 등 충격 피하기 어려워 … 경계 늦추면 안돼"

2018-05-17 10:51:56 게재

신흥국 화폐가치 하락, 자금유출 가속화 … 한국서도 외국인 4월부터 3조원 순매도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 리라화가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루피아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또다시 급락했다. 신흥국 주가지수 하락 등 금융 불안 확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15일(이하 한국시간) 한때 66.376까지 하락해 2017년 1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7일 국제금융센터가 월스트리트저널과 닛케이신문을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우선주의가 신흥국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며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 의지는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유로존 경제 성장률 둔화, 중국의 인프라 투자 정체, 일본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 등의 상황에서 달러화지수 상승과 금리상승은 신흥국 자금유출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IIF(국제금융협회)는 올해 연준이 4차례 금리인상과 자산축소를 시행하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400억달러 이상의 자금유출을 추정한 바 있다. IIF는 "고유가가 미국 금리인상 관측을 강화하는 가운데 신흥국 경상수지 악화를 유발하고 이는 외화표시 부채가 팽창한 국가, 정치가 불안정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국가를 중심으로 불안을 증폭시킬 전망"이라며 "국제금융시장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효과적 대응할지 여부가 관심"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괜찮을까?

"금융시장 변동성 면밀한 대비 필요" =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확대되고 있다. 4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조2040억원을 팔아치웠고 이달 들어선 16일까지 1조원 가까이 순매도 중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4월 중순 이후 달러인덱스 기준 89p에서 93p까지 급등하는 과정에서 신흥국 위기설이 대두됐다"며 "외국인 수급은 코스피 기준 올해 연간 누적 2조원 가량 순유출 되는 동안 최근 한 달 간 순유출 금액이 1.8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1일 발표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00bp(1bp=0.01%p)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월평균 2조7000억원 이탈했다. 미국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50~1.75%로 인상하면서 한국(1.5%)보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전히 낙관적인 여의도 증권가 = 이런 상황에서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높아진 외환보유액과 개선된 부채구조, 탄탄해진 경제체력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수준인데다 중국·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경상수지 흑자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다행히(?) 한국은 환율 안정세 등 차별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금융위기는 국지적 이벤트로 제한되며 신흥국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며 과도한 우려는 기우라고 일축한다. 게다가 한국은 여타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구간에 머물러 있어 추가 낙폭은 제한적이니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좋다는 '권유'까지 하고 있다.

"태풍급은 아니라도 강한 비바람 예상" = 반면 학계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한국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도 많고 수출도 괜찮은 편이라 예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이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과 같이 태풍급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일 뿐 열대성 강우, 강한 비바람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자금유출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 신흥국에서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우리나라에서도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한국도 금리 올려야 하는데 한국은 금리 올릴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이런 상황에 원달러환율이 더 올라가면 걷잡을 수 없이 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08년 보다 더 큰 위기" =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있으며 내년엔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위기는 부채에서 시작된 성장이 원인으로 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곳부터 위기가 발생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높은 가계부채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기업부채가 지난 5년 동안 50% 이상 늘어나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최근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중국, 미국에까지 확대될 수 있고 그러면 2008년보다 더 어려워질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당시에는 중국이 9%, 10%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를 떠받쳐줬지만 이젠 그럴 나라가 없고 재정, 통화정책 또한 한계에 직면한 까닭에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장 미국이 금리인상을 실시하고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이 시작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여타의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은 덜 받을 수 있겠지만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또 "만약 중국시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우리나라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산되는 '6월 신흥국 위기설'' 연재기사]
①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미국 금리인상, 달러강세로 인한 환율불안 여전" 2018-05-14
② 곤두박질치는 수익률│ 환율 변동성 높아지며 증시·채권·펀드 줄줄이 하락세 2018-05-15
③ 엇갈리는 전망│ "국지적 이벤트에 그칠 것 … 차별화 과정" 2018-05-16
④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자금유출 등 충격 피하기 어려워 … 경계 늦추면 안돼" 2018-05-17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