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6월 신흥국 위기설'│①신흥국 통화가치 폭락

"미국 금리인상, 달러강세로 인한 환율불안 여전"

2018-05-14 11:09:23 게재

아르헨티나 12.7%, 러시아 통화 10% 하락 … 신흥국 자본유출 가속화

글로벌 금융시장에 6월 신흥국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주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CPI)지수로 미 달러의 추가 강세는 일부 진정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신흥국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요동치는 글로벌 외환시장 =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 강세가 유발하는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지며 한때 미국 시장금리가 3%를 돌파하자 미국 국채의 투자 메리트가 높아지며 미달러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화가 연초 수준인 1.18달러까지 추락하고 달러 인덱스는 93p까지 반대로 높아졌다. 달러 강세 현상은 미국 금리상승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이나 최근 나타난 신흥국 통화가치의 가파른 절하 등을 통해 보여줬다.

14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통화가치 급락현상이 발생하면서 지난 4월 이후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각각 12.7%, 10.0% 하락했으며 브라질 헤알화와 터키 리라화도 여타 신흥국 통화보다 가치 하락 폭이 컸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은 국가별 이슈가 핵심으로 작용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통화긴축에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정책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브라질과 러시아는 정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통화약세 폭 확대와 자본유출 가속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통화가치 급락이 신흥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제조품과 원자재 수요가 유지되고 있어 신흥국 수출이 단기에 급격하게 둔화할 수 있다는 조짐을 찾기 어렵고 미국 물가가 연준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면서 달러화 강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잠재적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신흥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신흥국의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다수 신흥국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고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제조업 경기 둔화는 신흥국 경기의 잠재적 리스크로 안정적인 외환보유고 수준이 신흥국 경기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연구원은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는 신흥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로 이어졌고, 추가적 통화 약세를 우려한 신흥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했고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이 신흥국 통화 자산의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글로벌 금리 상승 구간 달러화 대비 평가 절하률이 4%를 하회했던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12.9%), 멕시코 페소(-6.4%), 브라질 헤알(-5.2%), 터키 리라(-4.7%)였다. 4개 국가의 공통점은 경상수지 적자국이거나 외환보유고 중 단기대외부채 비중이 커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국가였다.

수출 의존적 성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은 글로벌 경기 확장 구간 신흥국 중에서도 차별화된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고, 대외 건전성이 높아 선진국 금리 상승기 통화 절하 수준이 낮았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 상승이 제한적이었고 내부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게 유지됐던 곳이다.

브라질국채 투자 '주의' = 외환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연이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 대해 주목,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머징 국가들을 대표하는 벤치마크라는 상징성 외에도 지난 수년간 국내에서 해외로 자산을 투자할 경우 이목이 집중됐던 지역이기 때문이다.이른바 '브라질 붐'이라고 할 정도로 투자가 활발했던 브라질 국채는 이제는 최근과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필수 항목이 됐다. 실제 분석 결과 브라질 국채에 대한 투자가 타당할 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금리보다는 헤알화가 투자처로서 지닌 매력도를 체크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는 결론이다.

브라질 국채 투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는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브라질 헤알화가 지니는 높은 변동성 위험은 다른 통화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그간 브라질 채권의 투자 포인트로 강조됐던 고금리 매력은 투자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항목으로 보기 어렵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국채 투자의 경우 이른바 채권시장의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흔히 고려하는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거나 높은 금리 매력을 바탕으로 보유 자산의 상당한 비중 이상으로 매수하겠다는 입장에서는 그리 적합한 투자처가 아니다"라며 "반면 상대적으로 철저히 거시 환경이나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모멘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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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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