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6월 신흥국 위기설'│③ 엇갈리는 전망

"국지적 이벤트에 그칠 것 … 차별화 과정"

2018-05-16 11:04:33 게재

증권가 일각 "위기 확산은 기우 … 고위험국가 GDP 비중 3.5%에 불과 "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설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 일각에서는 일부 취약 신흥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고 신흥국 전반에 걸친 현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가려져 있는 각 국가의 펀더멘탈이 부각되면서 신흥국 간의 차별화가 심화되는 과정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설은 지나친 비관론 = 신흥국 위기설이 지나친 비관론이라는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먼저 넉넉히 쌓아놓은 외환보유고를 근거로 제시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조적 취약성이 두드러지던 20세기와 달리 다양한 위기를 통과하면서 신흥 경제의 펀더멘탈은 점점 더 강해졌다"며 "IMF에서 집계하고 있는 금을 제외한 주요국의 외환보유고 추이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신흥시장의 외환보유고는 선진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등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준비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위기의 전이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판단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되기보다는 국지적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창용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별 위기 상황(2017년 기준)을 분석해 저위험군으로 한국, 중국, 태국, 필리핀, 대만 등 5개국을 꼽았다. 중위험군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4개국이었고, 미얀마는 재정 건전성 악화, 물가 불안, 경상 적자 심화 등을 이유로 유일하게 고위험군으로 지목됐다. 중남미에서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를 최고위험군으로 꼽았고, 멕시코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유럽에서는 터키가 최고위험군에 포함됐다.

윤 연구원은 "올해 금융 시장 여건은 1990년대 후반, 2013년보다 신흥국에 우호적이며 위험도가 높은 국가의 비중도 크지 않고 고위험군 이상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멕시코, 터키, 아르헨티나, 미얀마로 GDP 비중이 전 세계의 3.5%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미미해 주식 시장의 1%, 채권 시장의 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달러부채구조 건전화 = 안영진 SK증권 연구원 또한 6월 위기설의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일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우려 목소리가 높지만, 과거 사례와 비교해 신흥국의 달러 부채 구조는 그리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신흥국 위기 확산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달러 강세 흐름은 유럽의 매크로 모멘텀 저하에 따른 단기 현상일 수 있다"며 "신흥국들의 달러화 부채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와 비교해 크게 개선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에 따르면 선진국까지 포함된 글로벌 전체의 달러 표시 부채의 구조는 차입보다 채권으로 조달한 비중이 더 높으며 금융위기 이후에 신흥국보다 먼저 부채 구조의 건전화를 추구해 왔음이 확인된다. 2017년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 발행 연간 21.6%나 늘어나는 과정에서 만기 구조를 장기화시켰다.

다만 안 연구원은 신흥국 전체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40%까지 올린데 이어 터키가 위험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들은 이미 취약성이 내재되어 있던 국가군이라는 지적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달러화로 발행된 채권 잔액 가운데 16~19% 가량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신흥국 전체의 이 비율이 6.1%, 한국이 4.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달러 강세와 맞물려 달러 유동성의 이탈을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신흥국내에서도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한편 16일 현재 국제 시장에서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7년 만의 최고치인 연 3.07%를 기록하는 등 미국 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신흥시장국 불안이 부각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큰 폭으로 오르며 이날 오전 9시 38분 현재 달러당 1080.2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6.4원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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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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