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경기변동 대비, 통화정책 여력 필요"

2018-06-12 11:40:25 게재

미 금리인상 앞두고 잇따라 낮은 중립금리 우려 … 구조개혁 필요성도 주장

한은, 창립 68주년 맞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라 경기변동에 따른 통화정책의 운용 여력을 우려하고 나섰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섰을 때 금리조정을 통해 경기를 반등시킬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한미간 금리역전에 따른 우려도 동시에 드러냈다.

이 총재는 12일 오전 열린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하반기 역점 과제와 관련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늘려나갈 필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식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세번째)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이 총재는 그러면서 "앞으로 성장과 물가의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지난 4일 열린 한은 주최의 '국제콘퍼런스'에서도 "통화정책 기조를 평가하는 데 가늠자 역할을 해주는 '중립금리'(완화적이지도 긴축적이지도 않은 금리수준)가 위기 이전보다 상당 폭 낮아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의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최근 경기상황을 보면 내년 이후 경기 하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경기가 안좋을 때 통화정책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을 미리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를 미리 어느정도 올려놔야 경기가 하락할 때 금리를 내려 경기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도 "일부 신흥국의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대외건전성이 양호해 금융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해외 리스크 요인의 변화를 주의깊에 살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2~1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0.25%p 오른 1.75~2.00%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1.50%)보다 최대 0.5%p가 높아진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기념식에서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때 구조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구조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주체간 갈등을 원활히 조정하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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