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언급않는 미국의 1조달러대 흑자

2018-06-14 11:45:34 게재

도이체방크 보고서 "다국적기업 현지매출 더하면 미국은 흑자"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200억달러 흑자를, 나머지 전 세계를 상대로 1조4000억달러 흑자를 내고 있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무역수지(trade balance)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300억달러를 넘었고, 나머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적자는 550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무역수지에 다국적기업 현지매출을 더한 '총매출'(aggregate sales) 개념에서 보면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적자가 아니라 흑자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만을 보면 상황을 오도하기 쉽고 미국 기업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을 포착하기 못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일반적으로 무역수지와 기업 매출은 합산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무역수지에 미국의 다국적기업 현지매출과 외국 다국적기업의 미국내 매출을 합산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10년간 미국 기업들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 기업들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며 전 세계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는 선진국 간 갈등과 분열상이 낱낱이 드러냈다. 미국은 캐나다와 무역협상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중국에 대해선 15일(현지시간) 최소 50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도이체방크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낸다는 데 고개를 갸우뚱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보다 더 많은 아이폰과 더 많은 GM 자동차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아이폰과 GM차는 수출을 통해서가 아니라 애플과 GM의 중국 법인을 통해 판매된다.

도이체방크는 "다국적기업의 매출을 서로 상계하면 미국의 대중국 흑자는 최근 점진적인 오름세"라며 "중국의 자산시장 호황으로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생기면서 외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은 "세계 1, 2대 경제강국인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치르지 않는다면, 2020년 미국의 대중국 총매출 흑자는 1000억달러를 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은 총매출 관점에서 지난해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흑자를 냈다. 반면 일본과 독일에 대해서는 무역수지와 마찬가지로 적자를 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총매출 개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측도 있다. 미국 재무부 전직 관료이자 현재 미 외교협회(Brad Setser) 선임연구원인 브래드 셋서는 도이체방크의 분석은 사과를 오렌지와 비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매출 관점에서 무역수지를 다국적기업 매출과 혼합하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며 "기업매출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무역에 관한 유용한 관점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매출은 미국 기업의 이익이지, 미국 노동자의 이익이 아니다"라며 "다국적기업 현지법인은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총매출은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전 세계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려줄 뿐"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 기업의 자국 내 영업에 대해 복수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다국적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미국 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역수지와 기업매출을 분리해서 볼 일만은 아니라는 게 도이체방크의 관점이다. 도이체방크는 "애플 등 다국적기업의 호황은 미국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실업률을 오랫동안 구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