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당선인

"광주시민이 나를 선택한 것은 일자리 때문"

2018-06-26 00:00:01 게재

일자리 공약 최우선, 낙후된 광주 해결

에너지·문화콘텐츠 산업 성장동력 육성

"정의로운 광주 잘 살아야 도덕적 교훈"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이용섭(사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은 '일자리'를 핵심공약으로 선택했다. 광주는 과거 정부에 의해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뒤처졌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등졌고, 사방에서 일자리 때문에 아우성이었다. 이런 절박함 때문에 이용섭 후보를 선택했다. 이 당선인은 "인권과 평화가 절실했다면 다른 사람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나를 선택한 것은 일자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일자리는 단순한 직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개인의 삶과 지속 가능한 광주의 발전, 국가와 광주의 역할 재정립' 등 철학과 가치가 함께 녹아있다.

광주시장 도전에 두 번 실패하면서 '광주와 시민에 대한 애정'은 더욱 절실해졌다. 절실함이 더해질수록 '광주를 발전시킬 정책'이 더욱 세밀해졌다.

그는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 건설'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또 일자리 창출 3대 전략도 발표했다. 당선인 첫 행보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사상생을 강조하고, 기업유치 발판도 마련했다. 최근에는 10년 넘게 답보된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조건 없이 이전하겠다고 통근 결단을 내렸다. 이 당선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비해 광주비엔날레와 2019년 세계수영대회에 북한의 참가, '남북 명창 소리대회 교차 개최 검토' 등을 제시했다.

■3번 도전 만에 당선됐다. 광주시장이 절실했던 이유는?

한마디로 운명이다. 대학 때까지가 인생 1막이고 고향에서 지냈다. 고시합격 이후 광주를 떠난 게 인생 2막이다. 인생 3막은 고향에 내려와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0년 광주시장 처음 출마 때 '연어가 민물로 돌아온 까닭은'이라는 책을 냈다. 연어의 삶이 제 삶과 닮았다. 시장이라고 해서 내려 온 게 아니고 광주시장이라고 해서 내려왔다.

개인의 편안함을 추구했다면 중앙부처에서 계속 일 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농담 삼아 그렇게 시장이 하고 싶으면 서울시장에 도전하라고 얘기했다. 광주여서 도전한 것이다.

나가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과 지혜를 내 고향 광주를 위해 쏟아 붙고 싶어서 출마했다.

■역대 시장들이 공직을 마무리 하는 과정으로 '시장 출마'를 선택해 광주혁신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선택의 문제다. 중앙에 있는 사람이 잘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문제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폐쇄성과 배타성이다.

지금 세상은 개방성과 포용력이 있어야 도시가 발전한다. 실리콘 밸리가 단적인 사례다.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됐다면 오늘날 실리콘밸리가 있겠냐. 로마도 개방성과 수용성을 바탕으로 국가를 발전시켰다.

광주는 약간 배타적이다. 피해를 많이 봐서다. 5.18도 그렇고 중앙에서 공격을 많이 당해 자기 방어적이다. 이걸 뛰어 넘어야 한다. 과거의 5.18에서 미래의 5.18로, 광주의 5.18에서 세계의 5.18로, 분노의 5.18에서 희망의 5.18로 바꿔야 한다.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여름에만 사는 매미에게 동절기 대책을, 하루살이에게 1주일 계획을 요구할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시민들이 경험 많은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당선 이후 주민주권을 강조했다. 민선 7기 광주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제가 꿈꾸는 광주는 가치와 물질이 함께 하는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다. 선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강해지는 사회,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우대받는 사회, 변화하고 혁신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정의로운 광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정의로운 도시가 잘 살아야 역사가 도덕적 교훈을 줄 수가 있다. 광주는 정의롭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잘살아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려서 '떠나는 광주에서 돌아오는 광주'를 만들겠다.

■일자리 창출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좋은 일자리 창출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고 최고의 복지정책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다. 특히 지금 광주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 인구유출,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문제 등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3대 전략이 있다. 우선 광주의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전자, 광산업, 금형산업은 아직도 경쟁력이 있다. 이런 산업들을 융복합하고 신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들이 떠나지 않도록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광주 경제를 이끌어나갈 성장 동력을 육성해야 한다. 에너지신산업이나 문화콘텐츠 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광주만의 고유함과 독특함을 발굴해 일자리와 연결시켜야 한다.

의향 광주의 정의로움, 예향광주의 전통문화예술, 미향광주의 맛깔스런 음식에 전남의 2000여개 섬과 해안선을 결합시켜 상품화해 광주만의 먹을거리, 볼거리, 일거리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정을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한다. 시장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두고 고용영향평가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분야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평가 할 때는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를 평가지표로 활용하겠다.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을 어떻게 만들 계획인지?

먼저 기업들이 광주를 떠나지 않도록 광주공동체가 합심하여 사업하기 좋은 산업생태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 중소기업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구축, 연구개발(R&D) 공동 플랫폼 마련, 뿌리기업 육성, 산학연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둘째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정보부족으로 인한 일자리 불일치를 해소해 우수 인력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겠다.

셋째 광주형 일자리를 보완 발전시켜 성공시키겠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노사·지자체·시민단체 등이 소통과 타협을 통해 적정임금을 받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좋은 모델이다.

■이낙연 총리 발탁 후 광주전남 상생발전이 더디다는 우려가 있다. 군 공항 이전 등 상생과제 추진계획은

올해는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전라도의 새로운 천년을 희망과 번영의 땅으로 일구어 가기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이 한 뿌리이고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각자의 이해에만 매몰되지 말고 통합경제권 차원에서 상생발전을 위한 성공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종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각자도생하면 공멸한다. 전남에 광주를 더하고 광주에 전남을 보태야 동반성장하고 경쟁력이 살아나고 상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광주시장의 노력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군 공항 이전문제의 경우 취임 이후 전남지사와 기초단체장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강화해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겠다. 군 공항 이전부지에는 스마트시티와 함께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조성해 광주의 새로운 일자리와 먹을거리를 만들겠다.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진실규명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5.18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어 국가의 규범적 가치로 정립되면 5.18정신의 역사적 정당성을 재확인하고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단초가 마련될 것이다. 광주정신이 반드시 국가정신으로 고양될 수 있도록 헌법전문 수록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또 발포명령, 암매장, 헬기사격 등 실체적 진실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철저하게 뒷받침하겠다.

■현안사업이 산적해 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관련된 입장은?

도시철도 2호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안전성, 재정적자,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므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통합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오래 끌지 않고 가급적 빨리 결단을 내리겠다.

■선거 캠프에 전직 관료들이 많아서 참신한 인물 등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인재 등용 방안을 설명해 달라

인재 등용 때 혁신성, 전문성, 청렴성 등을 먼저 고려하겠다. 그래서 광주혁신위원회 구성원도 이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 위촉했다. 혁신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 광주발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인사혁신을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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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섭이 살아온 길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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