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의회 '여풍' 거세다

2018-07-04 11:20:08 게재

광역·기초의회 여성의장 선출 잇따라

여성 기초의원, 처음으로 20% 넘어

"지방의회 정치풍토 바꾸는 게 중요"

전국 지방의회에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 기초의원이 처음으로 전체의 20%를 넘어선 데다 기초의회는 물론 광역의회에서도 여성의장이 잇따라 선출되고 있다. 지방의회에 부는 여풍이 과거의 기득권 정치, 남성 중심의 낡은 정치풍토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4일 전국 광역·기초의회에 따르면 새로 출범한 지방의회들은 최근 첫 임시회를 열고 새 의장단을 선출했다. 그 결과 부산과 경남, 대구 등 광역의회 3곳에서 여성의장이 선출됐다. 특히 부산에서는 41세에 초선인 박인영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선출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의장후보 선출 과정에서 결선투표에 재투표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재선의 신상해 의원을 누르고 후보로 당선됐다. 박 의원은 역대 부산시의회 의장 중 첫 여성, 초선(1대 제외), 최연소, 진보진영(민주당) 의장이란 4가지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경남도의회에서도 여성의장이 사실상 확정됐다. 경남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재선의 김지수 의원을 의장 후보로 선출, 5일 개원하는 임시회에서 의장으로 확정한다.

대구시의회 의장도 3선의 자유한국당 소속 배지숙 의원이 차지했다. 대구시의회에서 여성의장이 선출된 것은 지난 2012년 김화자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기초의회에 불고 있는 '여풍'은 더 세다. 경기도에선 수원 고양 등 대도시를 포함해 8곳에서 여성이 의장을 맡았다. 수원과 부천에선 시의회 개원 이후 첫 여성의장이 탄생했다. 수원시의회에선 3선의 조명자 의원이 의장자리에 올랐고, 부천시의회 의장엔 김동희 의원이 선출됐다. 고양시의회도 3선의 이윤승 의원이 의장을 맡았다. 광명시의회는 의장과 부의장을 모두 여성의원이 차지했다. 의장은 4선의 조미수 의원, 부의장은 초선인 이형덕 의원이 선출됐다. 의왕시의회 윤미근 의장과 과천시의회 윤미현 의원, 김포시의회 신명순 의장, 하남시의회 방미숙 의장도 여성파워를 입증했다.

대전은 5개 구의회 가운데 3명의 여성의장이 탄생했다. 동구의회는 3일 임시회를 열고 이나영 의원을 의장, 오관영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사상 첫 여성 의장과 부의장이다. 유성구의회는 다수당인 민주당은 3일 총회를 열고 하경옥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대덕구의회 다수당인 민주당도 1일 서미경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했다. 하반기 의장을 맡기로 한 김영미 서구의원까지 의장을 맡았다면 대전시 구의회는 남성 의장이 단 한명에 그칠 뻔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충남·충북에도 여성의장 탄생이 이어졌다. 아산시의회는 이영애 의원(민주당)을, 보령시의회는 박금순 의원(한국당), 부여군의회는 송복섭 의원(민주당)을 각각 의장으로 선출했다. 청양군의회에서는 구기수 한국당 의원이 의장, 차미숙 민주당 의원이 부의장에 선출됐다. 충북 충주시의회에서도 여성 의장과 부의장이 탄생했다. 허용옥 민주당 의원을 의장으로, 손경수 민주당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광주·전남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재선인 고점례 의원이 3일 광주 북구의회 첫 여성 의장으로 선출됐다. 광양시의회는 3선인 김성희 의원을, 해남군의회도 이순의 의원을 각각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처럼 지방의회에 여풍이 거센 이유는 여성의원이 늘어서다. 제5회 지방선거 때 여성 기초의원은 전체 2512명 중 274명(10.9%)이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전체 2541명 중 526명(20.7%)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 확대가 '숫자'에만 그쳐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견고한 남성 중심의 정치구조, 지방의회의 낡은 정치풍토를 건전한 생활정치로 바꿔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류명화 경기시민연구소'울림' 공동소장은 "지방의회에 여성진출이 확대되고 의장 등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견고한 남성중심의 구조에서 여성이 들러리나 서는 역할에 그치거나 힘을 소진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의회에 여성 진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성의원이 얼마나 성인지적 관점, 성평등 의식을 갖고 활동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여전히 여성 기초·광역단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곽태영 방국진 윤여운 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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