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전쟁서 미국채 덤핑 카드 꺼낼까

2018-07-05 11:30:36 게재

중국 당국 부인에도 전문가들 가능성과 영향력 등 분석

미중 무역전쟁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이 카드를 꺼내면 중국이 저 카드를 꺼내는 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간의 관심은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채에 쏠려 있다. 올해 초부터 전문가들은 미국발 무역전쟁이 고조되면 중국이 미국채 매도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점쳐왔다.


지난 4월 로이터통신 기사에 따르면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차관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를 내다팔아 미국에 보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은 믿을 수 있는 투자자"라며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 가치를 지키겠다"고 답해 흥미를 끌었다.

그럼에도 중국이 손에 쥔 미국채 덤핑 카드의 현실화 가능성, 그 효과 및 파급력에 대해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새로운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 CEO인 제프리 군들라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채를 지렛대로 쓸 수 있다고 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다팔기보다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니저 제프 클링겔호퍼는 "중국이 미국채를 덤핑한다면 미국 자본시장에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달성하려는 것(위안화 국제화 등)에 더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봤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범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은 4일 미국채 덤핑 카드와 관련한 각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했다.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인 브래드 셋서는 올 1월 협회 홈페이지에 중국이 미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산하는 글을 올렸다.

셋서 연구원은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해당한다. 중국이 이를 모두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금리가 약 0.30%p 상승할 것"이라며 "유럽이나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민간펀드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더 취약한 것처럼 보인다. 날로 늘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돈을 대기 위해 금융시장이 흡수해야 하는 미국채 규모는 거대하다. 만약 중국이 미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나머지 시장 참가자들이 사들여야 할 미국채 규모는 더 커진다.

하지만 셋서 연구원은 "중국의 미국채 매도가 대응하기 쉬운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중국의 미국채 매도가 장기금리를 상승시키고 미 실물경제를 둔화시킨다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보폭을 줄이거나 '양적긴축'(미국채 매각)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무자격인 미 재무부는 단기국채(만기 1년 미만)를 더 많이 발행하고 중장기 국채(만기 2년, 5년, 10년, 30년)를 줄여 발행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이 보유중인 미국채는 만기가 길기 때문이다. 오히려 셋서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채보다 다른 금융자산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샌드부는 셋서의 분석이 정확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달말 FT 칼럼에서 "만약 중국이 수익률이 낮은 미국채를 버리고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이동할 경우 미국은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다 많은 자본을 끌어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제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해외로부터 저렴하게 자본을 얻어 쓸 수 있는 '막대한 특권'이 중국발 공격에 훼손되면 다른 시장 참가자들도 미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많은 수익을 요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상황이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이게 된다면 이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바람직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민간에 그 역할을 떠넘길 수 있게 된다"며 "기업은 해외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교수인 제프리 프랑켈은 지난 4월 '이콘브라우저' 기고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흑자국은 상대국에 대한 채권을 쌓아두기 때문에 갑의 입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조달러 이상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켈 교수는 "중국이 미국채를 내다판다면 국채가격 하락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피해를 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지렛대를 약화시키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채를 꼭 매각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 부채가 쌓이고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은 올해 계속될 텐데 이 와중에 벌어지는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이 미국채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루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의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라피키 캐피털의 수석전략가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4월 블룸버그통신 기고에서 "중국이 미국채 매도를 입에 올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이 행동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위안화 평가절하나 국채 매도 등과 같은 금융조치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며 또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국의 주변국과 신흥국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경제담당 기자인 닐 어윈은 4월 기사에서 "중국이 잠재적으로 잃을 게 더 많은 위험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갑자기 미국채를 풀어놓거나 앞으로 달러자산을 덜 구매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미국의 장기금리를 상승시키게 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국의 채권포트폴리오 가치도 낮추게 된다. 이는 중국이 수십억달러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그는 "또 다른 나라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낮추게 되면 결국 미국이 무역조건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며 "국채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조정될 것이고, 중국이 아닌 다른 국채 매입자들이 수익률 상승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중기적으로 미국채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세력은 중국처럼 거대한 단독 매입자 또는 매도자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실적, 연준의 조치 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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