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꿈의 사다리'(저소득층 학생) 끊어지지 않도록 할 것"

2018-07-20 11:00:19 게재

교수·동문 설득, 생활비 지원

보직 맡아도 연구 활동 계속

'학원 민주화'가 화두였던 1980년대 초 학생운동을 하다 무기정학을 당한 전력이 있는 한 교수가 모교 학장에 취임해 화제다. 주인공은 1982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자연대) 학생장(마지막 학도호국단체제)을 지낸 이준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미생물학과 80학번인 그는 1982년 학원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 무기정학을 당한다. 당시 군사정부는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징집에 나섰고 이 학장도 타의로 입대한다.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대와 캘리포니아공과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연세대(1995~2004년)를 거쳐 2004년 모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 달 임기 2년의 학장에 취임한 그는 가난한 학생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생활비 지원 장학금을 확대해 '꿈의 사다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교수, 동문 등의 참여를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이 학장은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소득분위 상위 가정 자녀들이 '연구' '교수' 등의 단어 를 가장 많이 언급한데 반해 하위분위 학생들은 '소소한 행복' '돈을 벌다' 등의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면서 "비슷한 꿈을 꾸며 입학하지만 가정 형편으로 인해 그 꿈까지 양극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 특히 기초과학을 하는 자연대의 경우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면서 "생활고 해결을 위해 꿈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을 방치하는 않는 게 학교 설립 목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 학장 자신도 주변 도움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 학장은 "대학에 함격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지역 신문에 서울대 합격하고도 등록금을 걱정하고 있다고 제보할 정도로 형편이 넉넉치 않았다"면서 "신문 기사가 나기 전부터 이름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은 한 독지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원 졸업때까지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분은 지금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학장은 노화 분야에서 손꼽히는 석학이다. 그는 20년여년 동안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고 있다. 몸길이 1㎜ 정도의 선형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자가 사람과 40% 정도 유사해 유전학, 발생학, 신경생물학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생애 주기가 짧아 노화분야 연구에 적합한 대상이다.

덕분에 이 학장은 노화, 에너지 항상성, 스트레스 반응 등의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 학장이 연구실에만 묻혀 현실과 담을 쌓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자연대 교무부학장을 지냈다. 2016년에는 학생처장에 임명됐다. 그러다가 시흥캠퍼스 사태로 대학 구성원 간 극심한 대립이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지난해 3월 스스로 물러났다.

이 학장은 "보직을 맡는 동안에도 연구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일찍 출근하고 토요일은 대부분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면서 "학장 임기 동안에도 연구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학계에서 인정받는 연구결과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교원 245여명, 학생 수 2100여명, 5개 학부·2개 학과, 7개 연구소로 구성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