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역전론, 월가의 검은 속셈"

2018-07-23 11:43:20 게재

일·중·유럽도 곡선평탄화

국채시장에서의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이 최근 주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전문 온라인 사이트인 '울프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 국채 금리곡선에서 10년물과 2년물과의 스프레드는 30bp(basis point)에 불과했다.

반면 2016년 12월 14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인상 경로를 밟기 전 미 국채 금리곡선은 가팔랐다. 2년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는 127bp에 달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단순하다. '연준이 하루 단위 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올리고 있다. 이는 한달이나 석달, 또는 2년 만기의 국채 등 단기 국채 금리에 반영된다. 반면 국채 10년물이나 30년물 금리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 따라서 조만간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드물게 발생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로 인식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마지막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최근 자사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리곡선이 향후 12개월 내 다시 가팔라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3%에 그쳤다. 반면 67%의 응답자는 금리곡선이 지금과 비슷하거나 또는 더 평탄해지거나 아니면 아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미국 외의 상황은 어떠할까. 일본이나 독일, 중국도 비슷할까.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 유로존의 마이너스금리 정책, 중국의 은밀한 양적완화(stealth QE), 일본의 양적·질적완화(QQE) 등으로 국채시장이 가격 찾기 기능을 잃었다는 점에서 오십보 백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큰 일본 국채시장에서 국채의 절대적 물량은 일본중앙은행, 우체국은행과 정부연금, 정부투자펀드 등 정부기관이 쥐고 있다. 일본 국채 10년물이 한 건도 거래되지 않는 날이 종종 있을 정도다. 일본 국채시장은 사실상 일본중앙은행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기능을 상실한 곳이다.

일본중앙은행의 단기금리 목표치는 마이너스 0.1%다. 일본중앙은행은 2016년 9월 QQE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금리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라는 개념을 꺼내들었다. 국채 단기물뿐 아니라 전체 만기의 국채 금리를 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다. 이 정책의 주요 목표는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0%에 근접하게, 하지만 마이너스로 내려가지는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유례없는 이 정책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선언했다. 2016년 3월부터 기관의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4%로 유지됐다.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동시에 시행됐다. 이탈리아처럼 금융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들의 국채 단기물 금리도 마이너스였다. 독일의 대부분 국채 금리는 0% 아래로 깊이 빠져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보통의 경제상황에서는 이해불가능한 것이다.

중국의 국채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낙천적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영은행 등을 통해 회사채 시장이 불시에 폭발하는 것을 막고 있다. 시장의 가격 찾기 기능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20일 기준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의 국채금리를 보면, 금리곡선 평탄화 현상이 단지 미국만의 상황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금리곡선을 보면 1개월 만기에서부터 10년 만기물까지 평탄하다. 두 국채의 금리스프레드는 5bp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101bp다. 일본중앙은행은 장단기 금리 역전 없이도 금리곡선을 의도적으로 평탄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일본의 사례에서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일본은 지난 20여년간 실물경제 가격 안정으로부터 다소간 혜택을 입었다. 인플레이션 조정 금리가 별다른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일의 상황은 다르다. 독일의 금리곡선은 유로존 국가 중 가장 깊이 마이너스 영역에 빠져 있다. 하지만 독일의 6월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은 2.1%였다. 인플레이션 조정 금리의 관점에서 30년 만기를 포함해 모든 영역의 국채는 보유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성적 투자자라면 독일 국채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연금펀드나 생명보험사, 채권펀드 등은 의무적으로 독일 국채를 보유해야 한다. 만기 때까지 매일매일 점진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울프스트리트는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건 불순한 배경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연준이 그동안의 통화 완화정책에서 발을 빼고 금리인상의 경로를 밟고 있다"며 "값싼 돈을 선호하는 월가에게 금리인상은 치명타다. 따라서 월가 사람들은 금리곡선의 평탄화를 근거로 연준이 금리인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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