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서 외국인자금 순유출 늘어나

2018-08-08 10:40:56 게재

금리인상·무역전쟁 가시화

한국에선 채권 순매수 둔화

한·미 금리역전 확대 영향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순유출은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주식에선 순유출됐지만 채권을 중심으로 순유입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7월엔 한미 금리역전 확대로 외국인 국내채권 순매수 금액도 둔화됐다.

◆주요 선진국 통화긴축 = 8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이 가시화되면서 신흥국에서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의 순유출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도 및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종료 계획 등 주요 선진국의 통화긴축으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 불안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가 확산된 브라질,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인도와 터키에서는 1월 이후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외국인 증권투자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인도의 연초 이후 7월말까지 외국인투자자 채권 순매도 규모는 62억달러에 달했다. 터키에서는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으며 7월엔 그 규모가 더 늘어나 20일까지 순유출 금액은 5억달러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연초 이후 35억달러를 순매도했다. 그동안 고금리로 순유입을 지속하였던 브라질의 외국인 채권(국채)투자자금은 헤알화의 변동성 확대로 4월 이후 순매도로 전환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당사국보다는 주변국에 큰 충격을 줬고 신흥국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6월엔 신흥국주식 상장지수펀드(ETF)와 신흥국주식펀드는 각각 68억달러와 23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아시아(일본제외)주식 ETF와 아시아(일본제외)주식펀드에서도 각각 8억달러와 19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채권을 중심으로 순유입을 지속했다. 주식자금은 글로벌 금융 환경, 투자심리, 국내 기업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7월까지 총 35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채권자금은 309억달러가 순유입됐다.

◆한국에선 '주식 순유출, 채권 순유입' =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순투자를 지속하며 7월말 기준 외국인 국내 채권보유 잔고는 112조43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6월말 110조5620억원보다 1조5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확대는 차익거래 유인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및 공공자금 중심의 장기자금 유입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의 투자주체는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공적자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장기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다만 순매수 규모는 7조8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원화 약세에도 글로벌 무역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외환 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 마이너스로 외국인 재정거래가 이어져 왔지만 한미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서 매수 규모는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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