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국제해사기구)규제로 선박연료비 60% 오른다

2018-09-13 11:12:01 게재

KMI, 머스크사례 분석

선사 채산성압박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해운시장의 치킨게임을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규제에 대응해 비싼 기름을 사용하고, 비용증가를 견디기 어려운 한계선사들이 퇴출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발표한 해운시황포커스에 '저유황유의 사용에 따른 영향'이라는 동향분석서를 싣고 이같이 예상했다.

윤희성 KMI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13일 "세계에 9만여척의 선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3000여척이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했고, LNG추진선도 일부에 불과해 대부분 저유황유를 사용하며 시장동향을 관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해상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 비율을 기존 3.5%에서 0.5%로 감축하도록 한 IMO 환경규제에 따라 각 선사는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저유황유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선박을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비중은 낮다.

황산화물 비율을 낮추는 것은 육상 정제시설에서 이루어져야지 개별 선박이 담당할 일이 아니라는 명분이나, 장기적 관점에서 스크러버 장착에 대한 기술·상업적 측면의 불확실성, 스크러버 장착비용 하락추세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설비를 투자해야 하는 스크러버나 LNG추진선보다 황산화물 비중이 낮은 저유황유로 연료유를 바꾸면서 '관망'하겠다는 게 대부분 선사들의 태도"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저유황유 사용에 따라 선사들의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다르면 저유황유를 사용하기로 한 머스크는 지난해 연료비로 33억달러를 지출했지만 2020년에는 기존 연료비의 60%인 20억달러를 추가 지출해야 한다.

연간 연료비가 5억달러에 달하는 현대상선이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꾸면 8억달러로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증가한 연료비는 선사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해운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도 시장지배력이 큰 대형선사들이 계속 덩치를 키우는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료비 상승 압박은 선사들 퇴출을 강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료비 상승분은 화주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황유 사용으로 원유 1톤당 운임이 3.73달러 오르면 현재 원유가 74.5달러가 약 0.52달러 상승하는 요인이 된다. 보고서는 자원 가격이 낮은 철광성 석탄 등은 가격상승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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