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인공지능 세상의 원천은 데이터"

2018-10-02 11:27:51 게재

조건 만들면 데이터산업 폭발 … 전자정부를 국민 개인비서로 발전시킬 것

"데이터산업은 정부가 여건만 마련하면 급속하게 달아오를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청계천 옆 사무실에서 만난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데이터산업에 대한 가능성과 비전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그는 30여분을 줄기차게 이야기한 뒤에야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문 원장은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으로 △국민과 기업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 △벤처 중소기업을 위한 컴퓨팅 파워 등을 꼽았다.

사진 이의종

그는 "인공지능시대에 필요한 데이터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라며 "자료실에 의미없이 쌓여있는 데이터가 아니라 기계가 정보로 삼을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데이터산업 활성화가 개인정보 오남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거버넌스 보강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강화해 보호권한을 부여하고 기업의 오남용에 대해 엄벌에 처하는 제도를 만들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문 원장은 최근 인사혁신처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경제 교육을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31일 데이터산업활성화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2019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에 노력할 계획이다. 먼저 공공 데이터를 전수 조사해 민간 수요가 높은 데이터를 국가 중점 데이터로 선정·조기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또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100개의 공공과 민간 분야별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데이터의 적극적인 개방과 공유로 새로운 산업을 도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문용식 원장과 나눈 데이터산업 중요성과 활성화방안에 대한 일문일답.

■ 데이터를 '미래산업의 원유'라 말한다.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미래사회는 인공지능(AI)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AI가 똑똑해지는 원천이 데이터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AI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결합해서 스마트한 것이 만들어진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이 이런 기반위에서 만들어진다. 이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이 보던 옛날 데이터가 아니라 기계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가 정보로 삼을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창고에 쌓여있는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를 확보해 AI와 결합하면 엄청난 분석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 데이터이용 환경이 바뀌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어떤 것들이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한차원 뛰어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병원 진료정보와 개인 생활속에서 축적된 건강정보가 결합하면 기존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정밀한 예방과 치료방법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내비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성묘하러 가야하는데 언제 출발해야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지를 안내해주는 세상이 온다. 현재는 빠른 길 정도를 알려주는 수준이지만 성묘객을 분산시켜서 최적화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활용과 보호는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 국회 4차산업특위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의견 접근을 이뤘다.

문제는 개인정보관련 우리 현실이 보호도 안되고 활용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호수준도 높이면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보호문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독립행정기관으로 만들어 강한 보호권한을 주어야 한다. 또 기업이 오남용하면 엄벌에 처하는 것도 방법이다. 징벌적손해배상을 도입해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이 문제를 일으키면 망할 수 있다는 경고를 줘야 한다.

활용을 위한 방안으로는 개인정보를 위험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주는 기술적 조치를 충실히 해야 한다.

인터넷에 정보가 올라가면 해킹 위험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지가 중요하다. 통상 수준에 개인식별이 불가능하다면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

■ 각국이 데이터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데이터주권은 클라우드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클라우드산업을 글로벌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어서다. 이들이 우리 데이터를 다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주권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인증제도를 통해서 데이터가 담기는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하고, 시스템 운영자도 한국 파트너를 선정해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치없이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은 외국에 데이터를 다 넘기게 된다.

■ 데이터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민간은 현재 데이터산업에 대한 기대로 꿈틀 대는 분위기다. 끓기 직전이다. 일정한 여건만 갖춰지면 급속하게 달아오를 것이다.

우선적인 조건은 법제도적인 뒷받침이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해줘야 할 첫번째는 법적 안전장치다. 또 개인정보 가명처리는 이렇게 해, 가명처리 된 것에 데이터 결합은 이렇게 해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는 공공데이터를 최대한 개방해 개발자 벤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도 제공했으면 한다. 이렇게 삼박자가 갖춰지면 데이터산업이 폭발할 것으로 본다.

■ 데이터고속도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유적인 표현이다. 우리나라가 경부고속도로 정보화고속도로 구축 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듯이 이제는 데이터고속도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AI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가 자유롭게 흐르고 결합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고속도로다.

인프라위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흐르고 결합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구축에서부터 생성 유통 거래 결합 분석 활용 등 전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데이터고속도로 위에서 기업들이 성장해나갈 것이다.

■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구현 세계 1위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변곡점이 왔다. 지능형으로 전자정부로 바꿔나갈 것이다.

지능형 전자정부는 5000만 국민 한명한명에게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개인비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출생 취학 취업 결혼 등 생애 주기별로 국민을 찾아가 필요한 행정사항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현재는 국민이 찾아 갔다면 이제는 서비스가 찾아오게 된다.

챗봇 등 민원서비스 지능화가 첫 번째 변화가 될 것이다,

이선우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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