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북미 고위급 회담 '빅딜이냐, 다시 냉각이냐' 담판

2018-11-05 11:08:39 게재

북한과 미국이 마침내 이번 주 후반 고위급회담을 갖고 또 한 번의 담판을 벌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오는 8일이나 9일 뉴욕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을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과 이른바 빅딜안을 놓고 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고했다.

북미 양측은 고위급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데 맞춰 북한이 제재해제 요구에 총력전을 펴고 미국은 사찰검증에 올인하며 막판 기싸움, 신경전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이번 고위급회담은 '빅딜이냐, 아니면 냉각이냐'를 판가름하는 담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역으로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폐기를 공언한 핵과 미사일 시험장에 대한 미국의 사찰검증을 허용하고 미국은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와 북한여행금지 해제 등 초기 제재완화를 맞교환하는 등 빅딜에 의견 접근을 이루고 2차 정상회담에서 보다 큰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북 중 예술인 합동공연 관람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 에서 북·중 예술인들의 합동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폼페이오-김영철 8일이나 9일 뉴욕회담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 북한측 카운터파트와 만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북미고위급회담의 일정과 장소, 상대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8일이나 9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말 회동과 같은 형식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이나 참석 멤버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의 실무협상 대표로 꼽히고 있는 미국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배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공식 회담 하루 전인 7일 만찬회동을 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확한 일정이 다소 엇갈리고 있으나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과 2차 정상회담을 논의할 고위급회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분위기다. 특히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새해 초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이른바 빅딜을 타결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급 회담 전야 기싸움 신경전 = 북한과 미국은 고위급회담 전야에 팽팽한 기싸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병진노선을 재개하겠다며 핵개발 재개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미국은 유독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장 폐기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사찰을 강조하고 사찰허용 이후에나 제재완화를 거론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병진'이라는 말을 부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이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 논평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미국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비록 형식면에서는 강경조치로 보이지는 않지만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 미국의 제재해제가 없으면 '병진'노선의 부활로 핵개발을 재개할 것임을 위협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핵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 대신에 경제에 총력전을 펴는 새 전략노선을 채택하고 핵과 미사일 도전 대신 남북, 북미 대화와 협상에 주력해왔다.


이에 맞서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 뉴스 등 미 언론들과 인터뷰를 잇따라 갖고 맞대응 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실험장과 미사일 시험장 폐기를 직접 미국이 눈으로 살펴보고 검증할 수 있는 사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핵화의 주요조치로 간주하려면 핵과 미사일 시험장의 폐기를 직접 검증해야 하며 그런 검증이 되고 난 후에나 제재완화가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5월 해외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자발적으로 폭파했던 곳이고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은 6.12 북미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폐기하기로 약속한 곳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두 곳의 폐기를 미국이 사찰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일 두 곳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월 초 자신과 만남에서도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밝히고 "미국은 김 위원장 말을 믿지만 직접 검증해야 하고 눈으로 봐야 하며 검증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때 북한에 가해진 경제적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용인하되 매 단계마다 미국이 검증해야 하고 검증이 이뤄지면 그에 맞춰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찰 검증 vs 제재완화 빅딜 하나 = 북한이 제재해제 또는 완화에 총력전을 펴고 미국은 사찰검증을 집중 요구하고 나선 것은 막판 기싸움으로 해석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맞교환하는 빅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즉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번 주 후반 뉴욕서 고위급회담을 갖게 되면 담판을 벌여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타결할 빅딜안을 잠정 합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긍정적인 전망대로라면 북한은 폐기를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미국 등 국제사찰단의 조사와 검증을 허용하게 된다. 미국은 이에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취할 첫 단계 대북제재 완화 조치로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재개토록 허용하고 미국인 북한방문 금지령을 푸는 방안 등이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첫 단계 조치로는 북미양측이 만족하지 못할 수 있어 그 다음 맞교환 조치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추가 비핵화 조치와 남북경협의 제재예외 인정 등에 의견접근을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새해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기로 잠정합의할 수 있게 되면 중요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월 초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을 때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거듭 확인했으며 다음 단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놓고 약간의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새해 초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또 한 번의 실질적인 움직임, 중요한 돌파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해 빅딜을 추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