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과 개발이 연계되는 ‘새 녹색시대’

2018-11-23 09:13:16 게재
윤승준 서울대 산학협력 교수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시기, 조어대의 호수에는 북경의 파란 하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난방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라 그런지 예상외로 맑았다. ‘중국국제환경개발협력위원회’의 연례총회가 1~3일 중국 영빈관인 이곳에서 열렸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의 피해를 겪게 되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선진국들의 환경정책과 경험을 배우기 위해 1992년 이 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이는 국제자문기구로서 전 세계 전문가들이 환경과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정부에 관련 정책을 권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회의 권고사항은 중국의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고 있다. 위원장은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간사는 생태환경부 장관이 맡고 있다. 유엔환경계획과 유엔개발계획 등 국제기구 수장, 주요 선진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 기타 유력 연구기관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필자도 이 위원회에 5년 임기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과 향후 정책방향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국제환경개발협력위, 중국 환경정책방향 설정 주도

올해 회의는 ‘충격, 혁신 및 생태문명(生態文明) : 중국과 세계를 위한 새로운 녹색시대(New Green Era)’를 주제로 열렸다. ‘새로운 녹색시대’는 환경과 개발이슈가 강력히 연계되고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위원회는 중국의 ‘대기오염과의 전쟁(War on Air Pollution)’에서의 의미 있는 진전,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금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대한 공약을 높게 평가하였다. 아울러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동시 추진, 환경세와 연계한 탄소세 도입,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개도국과의 협력사업을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면서도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중국국제환경개발협력위원회는 우리의 관심사인 대기오염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에 미세먼지와 오존을 줄이기 위해 블랙카본의 발생원에 대한 대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는데, 이는 화석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배출되거나 자동차 매연에 들어 있다. 또한 대기오염이 매우 심각한 북경-천진-하북지역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호특별법’을 제정하고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이 지역에 ‘지방환경보호청’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외에도 미세먼지를 포함해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물과 토양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15년간 적용할 전략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였다.

중국은 후진타오주석이 2007년 ‘생태문명 건설’을 주창한 이래 작년과 금년에 최고의 권위를 갖는 공산당 헌법인 당장(黨章)과 국가 헌법을 개정하여 이를 국가의 주요 시책의 하나로 정했다. 2020년까지 소강사회(小康社會, 모든 국민이 골고루 조화롭게 잘 사는 현대화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생태문명 건설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푸른 하늘 보전, 디젤 화물차 오염관리, 수역관리, 농촌 환경오염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환경정책과 기준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에게 긍정적이면서도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금지한 이후 금년 봄 우리가 겪었던 쓰레기 대란도 그 여파로 볼 수 있다.

중국과 실질적 협력방안 모색해야

우리나라와 중국은 지리적 그리고 기상여건으로 인해 환경적으로 동일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국 간의 환경협력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이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동시에 국제사회와 함께 이 위원회를 통해서 중국의 환경정책 수립 과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윤승준 서울대 산학협력 교수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