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정전환 본격 추진│②스마트농업

재배기술에 ICT 더하면 농업도 혁신산업

2018-12-20 10:44:52 게재

생산량 30%↑, 질병피해 17%↓… 시범단지 3곳 조성

영국 런던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고향 합천에 돌아와 농사를 짓는 노규석(37)씨는 스마트팜에 빠져 밤을 새기 일쑤다.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서 각종 제어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배방법을 바꿔보고, 그 결과를 관측하다보니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전에 비해 더 많아졌다.

그는 19일 "기존에 알고 있는 방법에 변화를 주고 계속 연구한다"며 "어떻게 하면 비용을 낮추고 효율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규석(37씨가 합천 태곡농원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으로 파프리카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태곡농원 제공


전통적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농업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관련 기술과 시설보급에 적극 나서기도 하고 젊은 농업인들이 이를 빠르게 받아들여 적용하면서 파프리카 토마토 등 시설원예 부문은 2014년 405ha에서 지난해 4010ha로 늘었다.

시설원예와 함께 설비 경쟁력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축산 부문도 같은 기간 농장 23곳에 설치된 스마트축사가 790곳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과수원 등 노지에서 재배하는 농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ICT를 활용한 스마트과수원 등은 2014년 4곳에서 지난해 38곳으로 퍼졌다.

노씨도 2013년 귀국 후 아버지가 운영하던 태곡농원을 물려받아 2015년 네덜란드 온실재배 관리기업 '프리바' 시스템을 활용해 하우스에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했다. 온도 습도 광량(빛) 이산화탄소농도 등 7가지 정보를 실시간 측정해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다양한 계산을 해 수십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는 "토마토는 '습'과의 싸움인데, 야간에 하우스 안 습도를 85%에 맞추려면 센서를 통해 현재 습도를 파악한 후 컴퓨터 제어를 통해 적정한 난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곡농원은 스마트팜 설치 이후 생산비가 낮아졌다. 이곳은 전기보일러를 사용해 난방을 하는데, 그동안 연간 3억5000만원 수준의 전기료가 나왔다. 노씨는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하려면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지난해보다 전기료는 7%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량은 더 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20% 늘어난 약 13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팜 운영의 효과는 객관적으로 확인된다. 한국농산업조사연구소가 지난해 조사·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이후 생산량은 평균 30.1% 늘었고 병해충 및 질병 피해액은 17.3% 줄었다. 재해예방비도 10.3% 감소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스마트팜 확산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스마트농업을 농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스마트축산 시범단지를 조성, 첨단기술을 활용해 방역과 분뇨처리를 공동으로 해 성과를 확산할 계획이다.

시범단지는 전국 3곳에 조성한다. 스마트축사도 내년에만 800곳 추가 하기로 했다.

스마트축산 시범농장도 마련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농협경제지주, 네덜란드 와게닝겐연구소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이레팜을 시범농장으로 선정, ICT를 결합한 축산을 통해 양돈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이곳은 환기시스템, 자동사료공급시스템 등 네덜란드의 최신 설비와 선진 기술을 적용했다. 정부는 이곳에서 얻은 데이터와 국내 스마트팜 축사의 데이터를 비교해 생산성 변화 요인을 분석하고 한국의 양돈 생산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스마트농업은 재배단계에만 적용하지 않고 관측과 유통 수출 등까지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산된다. 정부는 빅데이터와 드론을 활용해 채소 수급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축산물 이력관리를 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목표는 이력추적에 걸리는 시간을 현재 5일에서 10분으로 단축하고, 보안도 더 강화하는 것이다.

박순연 농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은 "생명산업인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이 성공하려면 '왜 첨단기술을 활용하려는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며 "생산자인 농업인이 중심이 돼야 스마트농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스마트농업 확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농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농업인이 혁신 주체가 되고 농업이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일자리의 보고가 되도록 해야겠다"며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서 청년들의 우수한 정보통신 기술과 재배 기술을 결합하면 농업은 가장 혁신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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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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