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정전환 본격추진│③공익형직불제로 개편

공공재 생산의무 주고 세금으로 보상

2018-12-21 11:15:57 게재

쌀생산 농가에서 모든 농가로 … 농축산업 안전·환경관리도 강화

정부가 농업정책의 근본 틀을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나선다. 핵심은 농업인의 소득 중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보조하는 '직접지불금 제도'를 공익형으로 바꾸는 일이다. 현재 쌀 재배농가에 지급하는 쌀직불금 등 8가지 직불금을 하나로 합쳐 품목에 관계없이 모두 지급하는 방향이다.

이는 농업발전전략, 농정추진방식, 농업재정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기한 '농정 틀의 근본전환'과 연결돼 있어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을 적극 보급하기로 하면서 농협도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 농협중앙회 제공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현행 직불제를 과감하게 공익형으로 개편해 농정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모든 농가에 기본 직불금을 지급하고, 농지 규모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도 개편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농정개혁의 큰 방향인데, 잘 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정 틀의 근본전환'을 공약한 바 있다.

◆직불금 예산 비중 쟁점 = 농식품부는 쌀농사를 짓는 논을 대상으로 지불하는 쌀고정직불, 정부가 정한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를 지원하는 쌀변동직불, 밭농업을 대상으로 한 밭직불 등 8개 직불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특별팀(TF)은 지난 10월 30일 서울 aT센터에서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농정개혁TF가 5개월간 작업한 결과다.

8개 직불금을 통합하는 방안은 쌀고정·변동직불금과 밭직불금은 기본형으로 통합하고, 친환경농업·경관보전·조건불리직불금은 가산형으로 통합한 후 다양한 부속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이다. 경영이양직불과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및 폐업지원 직불금은 직불제 정책범위에서 제외하고 연관된 정책분야로 이관한다.

현행 직불금에서 81%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쌀직불금은 쌀시장의 완전한 개방(관세화)에 대비해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쌀생산과 연계돼 있어 공급과잉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또, 한정된 농업예산이 쌀재배농가에 치우쳐 다른 작목생산농가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공익형 직불'을 선택했다. 환경보전, 공동체 유지, 경관보전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필요한 공공재를 생산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보상 성격이다. 명칭을 '농업기여지불제'로 바꾸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공공재를 생산하는 댓가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구도가 성립하기 위해선 농업인이 공공재를 생산하는지 감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상호준수, 또는 교차검증에 대한 의무조항으로 나타난다.

농식품부는 "유럽연합(EU)도 수질오염관리, 동물서식지 보호, 농약의 관리기록 증빙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농업인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인은 사회가 요구하는 공익적 활동을 하고, 국민은 그에 대해 세금으로 농업인 소득 일부를 지급하는 상호준수의무를 가지는 것이다.

상호준수의무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 검증하는 교차검증활동과도 연계된다. 이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운동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정부의 개헌안에 반영됐다.

직불금 개편의 성패는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농정개혁TF는 직불금 예산 규모를 2022년까지 농업예산 대비 약 30%인 5조2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2019년 기준 약 2조2000억원에서 매년 1조원씩 확대하는 안이다. 1조원은 기존 농업예산구조를 개편해 매년 5000억원을 확보하고, 농업예산을 늘려 나머지 5000억원을 만드는 방안이다.

농식품부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후 기자브리핑에서 "통합 직불금 규모는 2조원 이상 돼야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향에서 재정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히는 데 그쳤다.

◆안심할 수 있는 생산환경·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 = 정부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생산환경을 만드는 일을 내년도 농업정책에서 중점과제로 추진한다. 농촌에서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을 하는 일도 중점과제 중 하나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농약허용기준 강화제도(PLS)를 전면 시행한다. 농약 오·남용을 줄이고, 안전기준을 초과한 농산물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농산물에 잔류하는 농약기준을 강화해 기준이 있으면 해당 잔류기준을 적용하고, 없으면 0.01ppm의 잔류기준을 일괄 적용한다.

휴·폐광산 등 중금속 오염 우려지역 안에서 식용작물 재배를 제한하고, 용도전환을 위한 휴경을 실시한 후 토양정화나 비식용작물 전환 등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에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전담인력·조직을 확충하고, 안전성 검사기간을 7일에서 3일로 단축해 위해성 우려가 있는 농산물 유통을 차단하도록 했다.

축산업 사육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질병·악취·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도 추진한다. 소비자가 해썹(HACCP) 인증농가에서 출하된 축산물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축장과 가공장에 한정된 표시대상을 내년엔 농장까지 확대한다. 또, 가정용 계란은 선별포장업(GP)을 통해 유통하도록 의무화하고, 닭·오리고기와 계란 등에도 이력제를 도입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농촌지역 태양광 발전을 활성화하는 일도 본격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공여부는 농업인을 포함 농촌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주민참여형 발전모델을 확산키로 했다.

또, 저수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이 주민반발 등 부작용을 일으키자 논·밭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영농형 발전을 적극 보급키로 했다.

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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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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