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 기업은 투자전략 세우고 개인은 금리 낮춰

2019-02-13 10:35:40 게재

신용정보법 개정 공청회

전문가들 해외사례 소개

"데이터 경제, 피할 수 없어"

개인정보 오남용은 차단

"'대체 데이터'(대안적 데이터)는 향후 5년간 기업의 투자관리를 변화시키고 투자 프로세스를 업데이트 하지 않는 회사는 전략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13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신용정보법 개정안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선 SK텔레콤 부장은 데이터 활용이 막혀있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당면할 수 있는 위기를 경고했다.

'대체 데이터'는 금융권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비전통적 데이터를 의미하며 '온라인 검색 데이터, 무역 데이터, 위성 및 날씨 데이터, 소비자 거래 데이터, 지리적 위치 데이터 등 다양한 이종 산업 영역의 데이터'를 말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공청회 | 13일 국회에서 김병욱 의원과 금융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신용정보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김 부장은 이 자리에서 해외의 다양한 데이터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데이터마이너(Dataminr)는 '트위터 데이터'를 통해 기업 활동에 영향력 있는 이벤트 및 치명적인 정보 유출의 초기 징후를 감지해 기업고객 대상 최우선 순위 및 관심사에 따라 경고를 제공한다. 2017년 오스트리아의 주요 천연가스 허브 폭발로 유럽 전역에 가스공급이 영향을 받고 선물거래가 급증했을 때 서비스 이용고객은 속보를 통해 초기에 대응할 기회를 얻었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데이터마이너처럼 온라인에 공개된 글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계정, 개인과 관련된 여러 속성정보(관심·취향 관련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까"라며 "미래 핵심산업인 AI(인공지능), 플랫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량의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인 만큼 신용정보법 개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2013년 설립된 오비탈인사이트 (Orbital Insight)는 26만개의 주차장을 모니터링하는 위성 이미지에서 파생된 일일 트래픽 분석을 통해 해당 지역 소매업체의 향후 성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부장은 "이 회사의 지형 공간 데이터 세트는 전 세계 석유 재고를 추적해 활발한 철강 공장을 조사하고 가뭄 중 수위를 모니터링하며 작물 수확량을 예측함으로써 산업 활동을 계량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행동패턴으로 금융혜택 가능 = 또 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정 크레파스 솔루션 대표는 빅데이터 활용으로 기존 신용등급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며 미국 렌도(Lenddo)사의 '대안 신용평가 기술'을 사례로 제시했다.

렌도는 SNS정보에서 개인의 이용내역을 패턴화해서 신용평가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전체 관심분야 등록수, 최근 일정기간 동안의 관심분야 등록수, 평균 포스팅 횟수, 전체 등록된 친구의 수, 최근 일정기간 추가된 친구의 수 등 SNS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행동패턴을 생성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동일한 신용등급 보유자 또는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들 중에서 더 신뢰할 수 있는 행동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금융혜택을 부여한다"며 "금융사가 다양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기존에는 동일한 신용등급으로 구분했던 대상에 대해 더 정교하게 리스크를 판별해 낼 수 있게 돼 신용등급은 낮지만 더 우량한 대상자에게 중금리 금융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확립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SNS 이용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대출심사시 개인의 SNS 포스팅 내용을 읽어 판단한다는 우려인데, 개인에 대한 대안신용평가 적용 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각 개인의 SNS 자료에 접근해 이를 모두 추출하고 내용을 읽어 의미를 파악, 분류 및 분석해 신용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은 비용효율적이지 않아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온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통적인 의미의 신용정보 이외에도 새로이 생성·활용이 가능하게 되는 다양한 정보가 실질적으로 더욱 유용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학생 시절 신용카드 발급이 지속적으로 거절됐는데, 비금융정보인 아마존 이용·거래 내역 제출을 통해 카드 발급이 가능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고 교수는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다만 오남용이나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핵심은 =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해 통계작성과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의 경우 동의없이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통계작성에는 상업적 목적이 포함돼 있고 연구에는 산업적 연구가 포함돼 있다. 가명정보는 추가정보의 사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를 말한다.

현재는 가명정보도 개인정보에 해당돼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법률개정안은 신용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했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고 가명처리와 익명처리 등의 개념을 명확히 했다. 가명정보는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개인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정보의 '별도 보관 필요성'과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필요성' 이 명시돼 있다.

김기태 파수닷컴(보안업체) 팀장은 "익명조치와 가명조치를 포함한 비식별 기술에 관한 국제표준이 지난해 11월 제정돼 국제적으로 비식별 기술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의 기술적 한계와 법적근거 불명확성 등으로 데이터 활용의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국제적 수준에 맞게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며 "법령이 정비된 이후에도 국제표준 등을 반영해 데이터 활용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정보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정보주체의 개인신용정보 자기결정권(통제권)이 강화됨으로써 정보의 보호와 활용, 양 측면에 있어 모두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활용 및 공유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금융산업 내 경쟁압력을 증대시키고 소비자 중심의 금융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금이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전 세계적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대감만큼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정보보호가 소홀히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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