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요건 완화" vs "과도한 특혜"

2019-03-22 10:33:01 게재

중소기업 제도 까다로워 활용 미미 … 여당 내부·시민단체 부정적

중소기업중앙회가 가업승계요건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기문 회장 취임 이후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가업승계 문제를 주요현안으로 올려놨다. 박성택 회장시절 유명무실했던 가업승계지원센터도 복원했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 '조세특혜'라는 시민단체와 여권 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중기중앙회는 21일 '중소기업 가업승계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가업승계요건 완화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주제 발제를 맡은 한양대 강성훈 교수는 "지나치게 엄격한 사후관리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 가업승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에 대해 사후관리를 완화해야 하고 향후 명문장수기업과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연계해 사회·경제적 기여가 인정되는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의 분석대로 가업승계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제도의 실효성을 원인으로 꼽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8년 말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69.8%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많은 기업들이 계획적 가업승계를 위해 사전증여를 선호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1세대 대표 평균연령은 67세로 나타났다. 사업을 승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제도 활용이 미미한 상황이다. 실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연 평균 62건에 불과했다.

가업승계 1세 대표로 참석한 노재근 코아스 대표는 "당장 내년 사업을 걱정하는 실정인데 10년간 10여가지 요건을 모두 이행해야 하고, 불이행시 공제받은 상속세에 가산세까지 추징당해야 한다"면서 요건완화를 요구했다.

노 대표에 따르면 가업승계 길목에서 지원제도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상속세 부담 등으로 매각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8년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는 가업승계 대신 대기업 신세계에 회사를 매각했다. 2017년에는 락앤락과 유니더스, 에이블씨엔씨 등 중소·중견기업들이 대주주 지분을 팔았다.

가업승계 2세 대표로 참석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는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특례를 확대해 2세들이 부모가 일군 가업에 조기에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세무사는 "세무사로서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을 지키기가 어려워 제도를 기피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면서 "일본의 사례와 같이 감독기관 승인을 통해 융통성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낡은 편견에서 벗어나 '사회적 자원 육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도 가업승계제도 요건 완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야권은 중소기업계 요구에 이견이 거의 없다. 여권 내부와 시민단체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가업상속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지양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피상속인 및 사후관리 요건은 완화하되, 대상 기업 및 상속세액 공제 규모는 축소하자는 내용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주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도 "시민단체를 포함한 다른 전문가들은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양측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지난해 기재부에 제출한 세법개정안 건의서에서 "상속·증여 같은 부의 무상이전은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출발선의 차이를 발생시키고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가업상속공제의 공제대상 기준이 넓고 한도가 너무 높아 상위계층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가업상속 공제는 상속 직전 3년 연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기업의 경영인이 자녀 등 상속인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상속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가업을 물려주는 사람은 10년 이상 그 기업을 경영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상속을 받는 사람도 10년 이상 물려받은 기업을 경영하며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