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장관님,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을 바꿔주세요”

2019-04-22 11:09:46 게재

공대위, 1주일간 긴급 항의

개정안 1년째 국회에 묶여

“법무부 장관 및 형사법제과 귀하, 성착취 피해 경험으로 아동·청소년이 처벌받지 않게 아청법을 바꿔주세요.” “성착취 피해 청소년이 '다시 또 피해를 당할까 봐'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교정'하고 '관리'한다는 현 아청법의 대상청소년 개념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피해를 숨기게 만들 뿐입니다. 아청법을 바꿔야 합니다.”

성매매에 유인당한 청소년을 범죄자 취급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을 위해 모인 시민단체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긴급 항의행동에 돌입했다. 법률 개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법무부에게 시민단체들이 수차례 규탄하며 항의했지만 여전히 별 변화가 없는 데 대해 다시 한번 행동에 나선 것이다.

368개 시민단체가 모인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7일부터 23일까지 법무부에 대한 긴급 항의행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시민단체 관계자와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은 법무부 홈페이지에 마련돼 있는 ‘장관과의 대화’에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공대위는 현행 아청법이 성매매 청소년을 ‘성매매 행위를 권유.유인 당하거나 피해를 당한 청소년’(피해아동.청소년)과 ‘성을 사는 행위의 상대방이 된 자’(대상아동.청소년)로 구분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해 왔다. 국제적으로도 이미 성매매 유입 청소년을 ‘성착취 피해자’로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아동·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을 매매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되면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성매수 가해자와 함께 처벌(보호처분)받는다.

공대위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등 아동·청소년은 상업화된 성착취 피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지만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 교육과 보호처분은 범람하는 성착취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사법적 횡포”라며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법체계가 오히려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청법 개정 운동은 2013년 이후 7년째 벌어지고 있지만 법무부의 반대 의견으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대상아동·청소년 개념 삭제)이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지난해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후에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아청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대상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 △검사가 재범가능성 등을 검토하여 보호처분이 상당한 경우 사건을 소년부에 송치하고, 소년부 송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교육과정이나 상담과정을 마치도록 할 수도 있다는 점 △보호처분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아동·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대응방법이 제한된다는 점 등을 들어 아청법 개정안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낸 바 있다. 공대위가 법무부장관 면담 요청, 법무부 규탄 기자회견 및 아청법 개정 촉구 서명 전달, 법무부 담당자 면담 요청 등에 이어 이번 긴급 항의행동에 돌입한 이유다.

공대위측은 “성매수자는 비싼 변호사를 사서 풀려나고 아동·청소년만 처벌받는 현실은 사실상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해도 된다는 승인과 다를 바 없다”면서 “법 하나만 바뀌었어도 안 일어났을 사건이 많다는 점에서 아청법의 ‘대상아동·청소년’ 개념 삭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선 김아영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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