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대를 예술공간으로 바꾼 수제맥주

2019-05-08 11:20:09 게재

뉴욕 브루클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일본 '자비루'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

제주맥주, 지역 철학 깃든 맥주 회사로

1980년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역은 대표적인 우범지대였다.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보여 주듯 브루클린은 도시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하지만 현재 브루클린은 완전 다른 모습이다. 방치되어 있던 창고들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고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예술·문화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브루클린 변화 뒤에는 수제맥주가 있다.

종군기자 출신인 스티브 힌디는 1987년 이 지역에 '브루클린 브루어리'라는 수제맥주회사를 설립했다. 스티브 힌디는 술이 금지된 이슬람지역에서 몰래 맥주를 만들어 마시던 경험을 살려 수제맥주회사를 만들었다. 사업초기 치안이 최악이었던 탓에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양조장측은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맥주를 나눠주며 환심을 샀다. 1990년대 들어 예술가들이 수제맥주를 마시기 위해 모여들면서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방치된 창고는 예술 창작공간이나 갤러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역 예술가 공동체는 수제맥주로 연결됐고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무명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우범지역을 새롭게 변모시켰다.

일본은 지역 수제맥주를 '지비루'라고 부른다. 사이타마현 특산품인 자색고구마를 원료로 사용한 '코에도 맥주'는 일본 대표 자비루다. 매년 일본 각 지역에서 열리는 지비루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 관광객들이 찾아올 만큼 자리잡았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수제맥주 양조장 수는 중소규모 양조장을 포함해 7000개가 넘는다. 영국에서도 수제맥주 열풍으로 1700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생겨났다. 일본도 2018년 기준 양조장은 약 230여개이며 생산되는 수제맥주는 1000 종류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맥주 제주 한림읍 양조장 내부. 사진 제주맥주 제공


국내 수제맥주 업체수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등록된 양조장 은 114개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생산량도 전년대비 약 42% 증가했다.

문화와 연계하는 방식은 수제맥주 주요 철학이며 맥주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맥주는 제주도 한림읍에 양조장이 있다.

이 양조장은 연간 2000만톤 '맥즙'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투어공간 체험공간 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생산 시설을 넘어 맥주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했다.

제주맥주 양조장내에 전시되어 있는 김도현 작가의 작품. 제주맥주 양조장은 지역 문화 예술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제주맥주 제공

양조장 투어는 맥주 몰트 분쇄부터 제품포장까지 주요 양조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또 맥주 원재료와 부재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맛볼 수 있는 실험실도 마련돼 있다. 양조장이 내려다 보이는 시음공간에는 미니 도서관, 영화관 등 맥주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지난달 제주맥주 양조장에 다녀온 박민기(30)씨는 "제주 맛과 멋을 가득 담은 색다른 공간이 생겨 매우 즐거웠다"며 "제주맥주를 마실 때면 제주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양조장은 관광객 입소문을 타고 개장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2만2000명을 돌파했다.

제주맥주는 제주에 거주하는 예술가에게 전시지원과 문화협업 등을 통해 문화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올 초에는 제주 양조장에서 제주작가 전시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제주맥주는 제주도 내 1300여개 업장과 거래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제주맥주도 지역상생과 문화 연계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가며 국내 맥주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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