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중견회계법인, 회계개혁 수혜

2019-07-05 11:34:36 게재

매출 20~30% 증가, 외부감사 수익 늘어 … 중소회계법인은 혜택 못봐

회계제도 개혁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빅4 회계법인과 중견회계법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회계법인들은 지난해 매출액이 20~30%씩 증가한 반면 중소회계법인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간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인 삼정KPMG의 2018년 매출액은 4743억원으로 전년도 3827억원보다 23.91% 증가했다. EY한영은 2018년 매출액이 3360억원으로 전년도 2653억원 대비 26.63% 늘었다.

EY한영은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의 매출액(942억원)까지 합치면 처음으로 연간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들의 결산일은 일반 기업(12월)과 달리 대부분 3월이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의 결산일은 6월, 안진회계법인은 5월이어서 빅4 중 일단 2곳만 매출액이 집계됐다. 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일은 다른 빅4들과 마찬가지로 매출액이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속 회계사수 100명 이상의 중견회계법인들의 매출액도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업계 5위인 삼덕회계법인의 매출액은 2017년 735억원에서 지난해 917억원으로 24.75% 상승했다. 신한회계법인의 매출액은 2017년 390억원에서 지난해 477억원으로 22.22% 증가했다. 이밖에도 우리(16.62%), 현대(32.63%), 안세(20.15%) 회계법인들의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업계 6위인 대주회계법인은 매출액에 큰 변화가 없었다. 대주회계법인은 벌점이 많아서 감사인 지정을 받아야 하는 기업들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한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적 감사인지정제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현재 지정제(금융당국이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지정) 대상인 기업들은 깐깐해진 감사환경의 영향으로 회계법인들이 감사투입시간을 늘리면서 감사보수가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표준감사시간제의 영향도 있다.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감사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감사시간이 대부분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회계법인들의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규모가 작아서 가격협상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소속회계사 30명 안팎의 중소회계법인들의 매출은 일부 상승한 곳도 있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다. 광교(0.85%), 우덕(6.49%), 참(2.59%), 지평(11.55%), 성지(-6.29%), 대영(4.88%), 정일(-4.81%) 등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제도 개혁의 결과에 대한 혜택을 빅4회계법인들이 가장 많이 받았고 중견회계법인도 혜택이 있었던 반면에 중소회계법인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는 중소회계법인의 입장을 반영해 표준감사시간과 관련한 감사인의 숙련도 산정기준을 조정하고 있다. 현재 기준은 경력 4년 회계사를 숙련도 기준으로 1이라고 했을 때 경력 2년은 0.8, 경력 15년은 1.2로 돼 있다.

경력이 많은 회계사들이 상당수 구성원을 차지하는 중소회계법인에서는 경력 15년 이상의 가중치를 더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가중치가 증가하면 표준감사시간에서 적은 인원을 투입하고도 감사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경력 15년 이상 회계사의 가중치를 최대 2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회계제도 개혁으로 그동안 외부감사업무를 해오던 상장회사에 대한 감사가 어려워지는 등 중소회계법인들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중대형 회계법인과 중소회계법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감사인지정제 시행 등으로 빅4와 중견회계법인들의 매출액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빅4 회계법인들은 표준감사시간제와 주52시간 등으로 인해 현재 인원으로 감사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속 회계사의 인원과 경력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정해진다. 빅4들이 맡았던 기업 중 500곳은 감사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부감사 기업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출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견회계법인들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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