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악재에 증시 '휘청'

2019-07-09 11:46:53 게재

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와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무역전쟁,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할 여력이 크지 않다. 섣부른 저가 매수보다는 당분간 주요 국가의 통화 정책과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등을 지켜본 후 투자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6.18p(0.30%) 오른 2070.35로 출발해 상승세를 이어가고있다. 오전 9시 20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43p(0.41%) 오른 2072.60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04p(0.31%) 오른 670.76으로 개장한 뒤 9시 20분 현재 3.68p(0.55%) 오른 672.40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9시 30분 현재 1179.30원으로 전일대비 1.20원 하락한채 거래 중이다.

전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 거래일대비 2.2%, 3.7% 급락했다. 국내 증시의 하락 배경은 대내외 악재가 동시에 출몰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6월 고용지표가 예상밖의 호조를 보임에 따라 연준의 7월 FOMC에서의 50bp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약화됐다. 7월 FOMC 에서 25p 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100%로 집계되지만, 글로벌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동안의 증시 상승을 견인한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한일 무역분쟁도 문제다. 6월 말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 조치 발표 이후 JP모건, 무디스 등 글로벌 IB 및 기관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또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 주말 일본 출국 소식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시장에서 인식됨에 따라. 관련 업종들의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주부터 재개되는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도 한몫했다. 협상과 관련해 중국 측에서 미국이 기존 관세를 철폐해야 합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화웨이 규제 완화도 촉구하는 등 미국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라 양국간 협상이 지지부진, 장기화될 우려가 재차 부각된 것이다.

국내 상황도 좋지 못하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기는 했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가 연초대비 -29.2% 감소했고, 2 분기로만 범위를 좁혀도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동기대비 -37.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1800원대를 돌파했다.

이에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대응하기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라며 당분간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관련 업종들의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단기 매매 대응보다는 기존 투자 포지션을 유지 혹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일 무역 분쟁은 여러 가지 경로에서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미치는 차질이 불가피하며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미국은 간접적인 중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다양한 무역분쟁을 용인할 수 있다"며 "중국은 한편으로는 자유무역을 여전히 지지하는 입장이겠지만 자국의 생산을 보호하는 측면세서 수입국가의 다변화 등을 실시할 것으로 보여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대한 경기불확실성 요인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태운 SK증권 연구원은 "이번주도 주식시장의 경계감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는 한일무역분쟁의 협상 추이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고 오는 10~11일에 예정된 파월 연준의장의 연설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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