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용등급 하락 기업 증가

2019-07-16 11:31:52 게재

등급 변동 하향기조로 전환 … 부도난 기업도 '0'에서 5곳

유통·자동차부품 신용도 약화 … 하반기 상황 더 나빠질 듯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상향기조를 보이던 신용등급 변동은 올해 하향기조로 전환됐다. 부도가 난 기업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한 곳도 없었다가 올해는 5곳으로 늘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국내경기둔화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과 실적 저하 = 16일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도가 난 기업은 웅진에너지, 티씨티, 에프티이앤이, 지투하이소닉, 트레이스 등 5곳에 달한다. 신평사 관계자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단 한 곳도 없었던 부도기업에 올 상반기에만 5곳이 발생한 현상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한국신용평가는 '급변하는 기업환경과 실적 저하로 신용등급 하향 압력 상승'이라는 주제로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시사점 및 하반기 전망 웹캐스트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기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업체는 10곳(부도기업 제외)으로, 전년동기 6곳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한신평이 올해 6월 말 기준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한 곳은 동양생명보험과 현대캐피탈, CJ CGV, 한국항공우주산업, 해태제과식품, KCC, 선진 등 27곳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하향검토'를 포함해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총 24곳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상반기 신용등급 하락 기업은 전년도 14곳에서 17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등급 하향 기업에는 롯데쇼핑,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LG디스플레이, 금호전기, SK해운, 현대로템, 삼화페인트공업 등이 포함되어있다.

특히 롯데그룹 내에선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 신용등급이 'AA'로 한 단계 강등되면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카드 등급까지 도미노로 하향조정됐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설립과정에서 다수의 계열사가 상호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는데, 롯데쇼핑이 연대보증 채무 신용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롯데쇼핑 등급하락은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 회복 지연과 온라인사업 성과 발현 불확실성 등의 요인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두산그룹 역시 건설 지원 부담으로 인해 지주사인 두산(BBB+·부정적)과 두산중공업(BBB·부정적) 등급이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패널 공급 과잉에 따른 판 가하락과 OLED 대규모 투자 부담을 이유로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됐다. 이마트, CJCGV, 롯데건설, KCC, SK브로드밴드, 효성캐피탈 등 부정적 등급 전망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유통과 자동차부품업종 신용도 저하 = 국내 신평사들은 신용도 약화가 나타난 대표적인 업종으로 유통과 자동차부품업종 등을 꼽았다.

올 상반기 신용도 저하는 유통, 자동차 부품, 에너지 관련 일부 업종(발전설비·태양광) 등 업황부진을 겪고 있는 회사와 더불어, 대규모 투 자 등으로 인해 자체 펀더멘탈이 약화된 업체에 집중됐다. 그룹별로는 발전설비 사업의 비중이 높 은 두산그룹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저하됐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지난해는 수년간 이루어진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구조 안정화, 반도체·화학 등 일부 업종의 업황호조에 힘입어 신용등급 상향기조가 우세했다"며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내수부진, 글로벌 경기둔화, 에너지정책 변화의 영향 등으로 인해 신용등급 변동의 방향이 하향기조로 전환되면서 등급 하향 업체수가 증가했고 등급변동 폭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 분쟁 이슈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쇼크는 더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긍정적 등급전망 및 상향와치가 부여된 기업수는 14개인데 반해 부정적 등급전망 및 하향와치가 부여된 기업수는 24개로 집계됐다. 중단기적으로 등급상향 보다는 등급하향 기업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 연구위원은 "산업별로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저성장세와 경쟁격화 , 판매부진 및 가동률 저하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종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의 실적흐름과 밀접한 관련성이 높은 자동차부품업종 , 온오프라인 유통기업 간의 경쟁심화로 사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비용 및 투자부담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소매유통 업종과 금융업권에서는 생명보험 업종이 하반기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계열별로는 전반적인 현금창출력 저하와 수익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존재하는 두산그룹과 국내외적 사업여건이 악화되어 매출실적 및 제반 수익성이 저하된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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