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일본 경제보복 대응 '눈길'

2019-07-17 11:07:35 게재

이승로 구청장·공무원 소녀상 청소

학생들은 해외도시에 감사편지·인증

서울 성북구 공무원과 주민들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한차원 수준높은 대응을 보여 눈길을 끈다. 지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청소하거나 소녀상을 설치한 해외 자매도시에 응원편지를 띄우는 식이다.

17일 성북구에 따르면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공무원 주민까지 30여명이 지난 15일 동소문동 가로공원에 설치된 '한·중 평화의 소녀상'과 일대를 청소했다. 소녀상은 한·중 예술인이 협력해 제작한 것으로 2015년 성북구에 자리잡았고 이듬해 중국 상하이 사범대 교정에 두번째 한·중 소녀상이 설치됐다.

이승로 구청장은 이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가는 주민들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 구청장은 "성북구는 만해 한용운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활동한 독립운동가 도시"라며 "주민의 공복으로서 45만명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소녀상 청소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는 지난해 주민들 동의를 받아 친일인사로 분류된 인촌 김성수의 이름을 딴 도로명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바꾸기도 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공무원 주민들이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 평화의 소녀상 청소에 나섰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가는 주민들 뜻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아동·청소년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외국 도시 관계자와 시민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지역 내 초·중·고등학생 1500여명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첫 해외도시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관계자와 시민들에 보내는 감사편지를 성북구에 전달했다.

이승로 구청장도 학생들 의지를 반영, 특히 학교 관계자와 만날 때면 관련 교육을 주문했다. 구 관계자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명예회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는 해외 도시에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에 이어 성북구 공무원과 주민들도 응원편지를 이어가고 있다.

제헌절을 앞둔 지난 14일에는 길음동 계성고 학생들이 이색 도전을 시작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유지하고 있는 세계 9개 도시 시민을 응원하는 글을 사회적관계망에 공유하는 형태다. 글레데일을 비롯해 캐나다 토론토, 중국 상하이, 독일 비젠트 등이다. 7월 현재 소녀상을 철거했거나 공개하지 않는 도시는 응원 대상에서 뺐다.

학생들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의로운 해결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누리는 평화와 인권 세상으로 가는 소중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계성고 학생들이 지명한 두번째 주자는 '이름없는 독립운동가는 적극 발굴해 기리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 사업을 적극 펼치는' 이승로 구청장과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소설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를 알리고 있는 문영숙 작가다.

성북구는 이후 일본 수출규제로 지역 기업들이 받는 영향을 파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만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시민들 삶과 가장 밀접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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