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⑭

발명,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

2019-07-18 11:29:15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그 인기 못지않게 팬들에게 전파하는 '선한 영향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과 기부활동이 전 세계 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발명도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소셜 토크쇼 '4시! 특허청입니다'에서 방송된 한 사연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50대 A씨는 뇌병변 장애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다. 아들이 휠체어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척추 측만증 수술까지 받자 고심 끝에 철물점에서 재료를 구입해 직접 여러 가지 디자인을 시도해보면서 허리를 받쳐줄 수 있는 휠체어 테이블을 만들었다.

주부 A씨가 발명한 휠체어 기능성 테이블. 사진 유튜브 '4시!특허청입니다' 캡처사진 특허청 제공

A씨는 지천명의 나이에 만든 첫 발명품으로 몇 년 전 특허청 주최 발명대회에서 입상했고, 이를 계기로 중증장애인의 부모들과 함께 장애아동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A씨의 아들을 위한 따뜻한 발명과 창업의 노력이 중증장애인을 둔 다른 부모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어 장애아동을 위한 더 많은 제품들이 생산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따뜻한 발명이 주는 선한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사회적 약자와 그 가족들은 새로운 발명을 할 수 있는 잠재적 혁신가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휠체어 테이블처럼 사람들이 떠올리기 어려운 제품들을 생각해 낼 수 있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웃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발명을 완성하기 위한 헌신으로 승화될 수 있다.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어머니와 부인도 청각장애인이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벨은 청각장애와 농아의 재활에 관심을 갖고 평생 관련 연구에 매달렸다. 인간의 발성기관을 흉내 낸 기계도 여러 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전화기가 탄생했다. 가족과 소통하고자 했던 벨의 노력이 인류의 통신 역사를 바꾸었던 것이다.

특허청은 앞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발명과 창업의 영역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발명의 '선한 영향력'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포용국가로 가는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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