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문연구요원제도’ 해법 찾아야

2019-07-19 05:00:12 게재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이사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점점 줄어드는 강수량으로 인해 올해도 힘겨운 여름이 예상된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내리는 소나기가 더위를 잠시 식혀주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도 반갑다. 지금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한여름의 폭염보다 더 뜨겁다. 다시 뜨거워진 전문연구요원제도 때문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병역자원 일부를 병무청장이 선정한 지정기관에서 전문 R&D(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도록 해 군 복무를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국방부가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정원을 절반 이상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과학기술계, 산업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6년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논란에 이어 다시 3년만에 정원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우수인재 확보에 기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기술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국내 이공계대학원의 인적자원 붕괴와 고급두뇌 해외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압축성장을 견인한 고급인력확보에 지장을 초래해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국방부의 입장에서 보면 잉여 병역자원을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대체복무 제도로 인식하고 있으나,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는 지난 40여년 동안 대학원 및 중소·중견기업의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큰 축으로 인식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본 제도를 통해 연구인력 부족난에 허덕이는 약 1600여개의 중소·중견 기업이 우수 연구인력을 채용하여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4차산업혁명시대는 무기의 고도화 지능화 사이버 전쟁 등으로 과학기술 경쟁력이 곧 국방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병역자원의 부족문제를 전문연구요원 정원축소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과학기술 연구논문의 생산량이 세계 10위권 안팎의 순위로 성장한 상황에서 이미 연구인력 양성 정책의 한축이 된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병역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폭넓은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수한 개인 연구자가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가능했으나 점차 과학기술 분야가 전문화, 세분화 되면서 개인 연구자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적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미 융복합을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고 이러한 현실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공계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다수가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집중적으로 연구활동을 수행하였다는 사실과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한국과학기술원의 사례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젊은 연구자 지속적 연구활동 여건 마련해야

한편 기업의 연구현장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대부분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사는 10년 넘게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활용하여 매년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충원하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 연구 확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중소기업의 연구 인력난 해결과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국가 산업 발전을 견인할 이공계 핵심인력을 양성하고 우수 인력 국외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라는 본 제도 취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제도적 개선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뜨거워진 ‘전문연구요원제도’ 문제는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한 따뜻한 가슴과 냉철하고 합리적인 머리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