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군 유골 놓고 낯뜨거운 소송전

2019-08-19 11:13:05 게재

전주시, 6월 기념관 안치

진도군, 본안소송 제기

일본에서 돌려받은 동학군 지도자의 유골을 놓고 자치단체간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진도군과 진도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최근 전북 전주시와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상대로 '유골인도청구의 소'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제기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지난 5월 전주지방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후 본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894년 전남 진도에서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자의 유골은 1906년 일본 홋카이도로 무단 반출된 후 1995년 국내로 돌아왔다. 9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지만 신원 확인에 실패, 23년 동안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모셔져 있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2001년부터 진도 정읍 김제 등에 안장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번번히 무산됐다.

전주시와 기념사업회는 전주 완산칠봉에 '녹두관'을 지어 지도자 유골을 봉환하기로 했고, 진도군이 '유골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처분신청은 기각됐고, 전주시는 지난 6월 1일 완산칠봉 격전지에 세워진 전주동학혁명기념 녹두관 앞에서 진혼제를 지내고 안장했다. 유골은 안장됐지만 진도군은 '유골을 반환하라'는 본안 소송을 통해 소송전을 이어갔다.

보도에 따르면 진도군 측은 소장에서 "이 사건의 유골이 진도군 출신이라는 점에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상 '연고자'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면, 원고들(진도측)은 피고들(전주측)에 대해 우선적으로 연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주시는 진도군의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한다. 유골 국내 송환 직후 가져가지도 않고 다른 지역에 안장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골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을 경우, 보관·관리하는 자가 연고자가 될 수 있다는 법률적 조언에 따라 안장했다고 항변한다.

동학군 지도자 유골을 둘러싼 이같은 소송전은 양 지역의 동학 기념사업과도 연관돼 있다.

진도군과 군의회는 유골이 돌아오면 전시관과 역사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당시 진도는 동학군의 최후 거점으로 60~70명이 희생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전주시는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전적지인 완산공원 등에 기념 공간을 조성하고 동학농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전주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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