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남투명치과 진료비 전액 반환해야"

2019-09-26 11:24:41 게재

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 거부에 환자 일부 법적 대응 나서

피해자만 3천명, 피해액 120억 달해 … 송사 이어질 듯

수천명의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선납받고 치료를 하지 않아 '먹튀'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강남 '투명치과' 환자들이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A씨 등 환자 74명이 투명치과 원장 강 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A씨 등은 선납한 진료비(1인당 58만원에서 650만원)를 모두 돌려받게 됐다.

재판부는 "강씨는 진료기록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써 A씨 등이 낸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강씨가 병원 진료를 중단한 이후 진료계약은 이행불능에 이르렀기 때문에 선납한 진료비를 되돌려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환자들은 강씨가 치료를 완료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이 환자들을 속여 진료비를 선납받았다며 강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올해 1월 강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

치과 의사인 강씨는 2013년 기존 치아교정을 개선시킨 '투명교정'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을 열었다. 각종 홍보와 진료비 이벤트를 하자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종전 교정 방식보다 시간이나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성장을 거듭한 강씨의 병원은 교정 전문 치과의사만 18명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이 병원의 당기 진료수입만 280억원에 달했다.

병원의 성장은 2018년에 멈추게 됐다. 치료를 받던 환자 중 일부가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형사고소도 했다. 여기에 병원 재정 문제라는 악재가 겹쳤고, 2018년 5월 14명의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간호사 등이 집단으로 퇴사했다. 진료가 예약된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병원은 진료를 선착순으로 접수받았다. 당시 환자만 하루 200명, 대기시간만 4시간에 달했다.

강씨는 추가부담 없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환자들에게 제안했지만 반발은 그치지 않았다. 결국 강씨는 2018년 8월 1일 진료를 중단했다. 수백만원씩 진료비를 선납한 환자들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아 진료비 환급을 요구했다. 당시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참여한 환자만 3794명에 달했다. 조정위원회는 2018년 8월 27일 병원이 담당 의사의 잦은 교체 및 부분적 진료 등으로 교정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다하지 못했다며 강씨는 환자들에 대해 선납 진료비 전액을 환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강제 조정에 나섰지만 강씨는 응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이 조정에 나섰을 당시 피해액만 1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일부 환자들이 삼삼오오 법적 대응에 나섰고 그중 일부가 이날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민사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될 경우 강씨의 자산을 압류해서라도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해서다.

이에 반해 강씨 측은 "진료는 일시적으로 지체된 것"이라며 "병원이 진료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치과교정학회가 높은 진료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병원 의료진에게 악의적인 경고를 한 것"이라며 "의료진 집단 퇴사로 불가항력적으로 진료를 중단한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정학회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투명교정 장치는 제한적인 치료에 사용되고 어금니가 앞으로 쓰러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부작용으로 인한 민원이 크게 증가하자 투명교정 장치 효과 과장이나 무분별한 환자 유치를 위한 불법 의료광고 근절을 계도하기 위해 메일 등을 발송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병원 진료 중단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다거나 강씨의 귀책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환자들의 진료이익을 공제해야 한다는 강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