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자살 비중, 다른 국민 3배 넘어

2019-10-07 11:24:06 게재

작년 자살비중 15.4% 달해

심재권, 국정감사서 지적

지난 7월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탈북민들의 자살률이 해마다 상승하면서 다른 국민의 3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위인 점에 비춰볼 때 탈북민들의 적응과 정착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심재권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을)은 7일 최근 4년간 탈북민의 자살률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일반국민 자살률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2015년 사망한 탈북민 75명 가운데 자살한 탈북민은 9명(12.0%)이었다. 2016년 사망 88명 가운데 자살은 7명(7.95%)이었고 2017년 사망 91명 가운데 자살은 8명(8.79%)이었다. 지난해에는 사망한 84명 가운데 자살이 무려 13명으로 자살 비중이 15.47%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사망한 사람은 총 29만 8800명. 이 가운데 자살 사망자는 1만 3670명으로 자살 비중은 4.57%였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지난해 탈북민의 자살 비중은 OECD 1위인 일반국민 자살률보다도 3배 이상 높은 수치인 것이다.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29.8%) '신체적·정신적 질환과 장애'(23.3%) '외로움과 고독'(20.7%) '가정불화'(10.8%) 등이 꼽혔다.

탈북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인이나 가족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에게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일이 생길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묻자 2.2명을 꼽았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으론 1.7명을 꼽았다.

탈북민 가구 구성도 1인 가구 27.5%, 2인 가구 29.2%, 3인 가구 25.2%로 대부분이 3인 가구 이하였다.

심 의원은 "자살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는 심리적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등에 노출된 탈북민을 신속히 파악하고, 이들에게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시스템을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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