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의원님이 챙기면 어떨까요?"

2019-10-15 11:13:12 게재

성북구 주민 생활불편 푸는 해법은 '협업'

이승로 구청장, 국회·지방의원과 역할분담

"철도부지가 방대한데 (동네·주민들을 위해) 활용하면 안됩니까?" "철도 기지창이 나가야 하는 문제라 국책사업입니다. 지역 국회의원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한번더 공유하겠습니다." "재활용쓰레기 집하장 악취가 너무 심해요. 주민들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바뀌지 않네요." "특히 등교시간에는 외부로 통하는 문을 꼭 닫으라고 했는데…. O 의원님이 챙기시면 어떨까요?"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이 주민들 생활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서울시의원 성북구의원과 역할을 나눠 접근해 눈길을 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예산지원 요청을 비롯해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협치 방안, 공무원과 주민을 잇는 소통 창구 등 각자 해야 할 일을 주민들 눈앞에서 할당하곤 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석관동주민센터에서 열린 1일 현장구청장실에서 주민들 제안에 답하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15일 성북구에 따르면 이승로 구청장은 지난 한달간 20개 전체 동주민센터에서 매번 100~200명씩 주민과 함께 한 '1일 현장구청장실'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17일 장위2동과 장위1동을 시작으로 14일 정릉3동과 정릉2동까지 하루에 2개 동씩 찾았다. 지난해 취임 직후에는 지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방문했는데 올해는 더 많은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의견을 듣기 위해 동별로 세분했다.

어느 동네나 구청장부터 공무원 주민들이 함께 하는 골목 대청소로 시작한다. 성북구는 민선 7기 들어 청소부문 주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는데 구청장부터 솔선수범, 매일같이 동네 청소로 아침을 열고 있다. 현장구청장실에서 민원을 얘기하는 주민들에도 "청소할 때는 안보이시더니"라고 농을 던지곤 한다.

주민들 관심이 많은 현장 방문에 이어 동네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설명·토론회가 진행된다. 주민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이웃이 공감하는 문제를 즉석에서 제안하고 평소 불편사항을 토로한다. 재개발 해제지역을 비롯한 단독·다세대주택가 주차장 확충.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을 위한 CCTV 설치, 자투리땅에 운동기구 설치, 산책로 정비 등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민원. 도시철도 출입구 추가, 한국종합예술학교 이전 대책, 효과적인 출산지원정책 등 서울시와 중앙정부 정책까지 망라된다.

제안·토론자 숫자에 제한을 두거나 사전에 질문할 주민을 지정하지 않고 진행하다 보니 동별로 2시간씩 배정된 토론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승로 구청장은 각 질문과 제안에 1문 1답으로 응하는 한편 배석한 담당 부서장을 즉석에서 호출, 주민들에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려주거나 추후 진행과정을 공유하도록 지시했다. 서울시나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함께 배석한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힘을 보태도록 요청, 주민들 앞에서 '챙기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자주 들여다봐야 할 사안은 구의원이 전담하도록 맡기기도 했다.

그렇게 한달. 44만여명에 달하는 성북구 주민 가운데 3000여명이 현장구청장실에서 구청장을 만났다. 성북구는 현장 방문에서 만난 주민까지 포함하면 약 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주민 제안은 동별로 25건 안팎으로 총 500여건에 달한다.

현장에서 구청장이 '추진' '장기검토' '불가' 등 답변을 했지만 부서별로 각 안건을 다시 점검, 정책 반영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구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와 노인 주거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고령자 친화형 주거관리 서비스', 불법 유해업소 밀집거리를 청년창업거리로 바꾼 '삼양로 청년거리' 등은 현장구청장실 성과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한층 성장한 느낌"이라며 "재원·예산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한 만큼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과 협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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