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붉은 벽돌거리' 문화예술에 물들다

2019-10-17 11:04:17 게재

성동구 카페·작가 협업으로 '디자인위크'

직장인·주민 어우러져 골목 지속가능성↑

벽돌로 지어진 2층집 격벽을 헐어 만든 방에 노란 전등이 반짝이고 마당에는 휴양지에서나 볼 법한 수영장 앞에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나무와 불빛 그림자가 아스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그림인 듯 사진인 듯한 작품이 방마다 걸려있다. 16일 저녁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 풍경이다.

낡은 공장지대에서 젊은 청년·작가들 공방과 찻집 맛집이 밀집한 '뜨는 동네'로 탈바꿈한 성수동이 한단계 진화하고 있다. 성동구에서 일명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예방을 위해 건물주·세입자 상생을 유도하고 붉은 벽돌 건축물 보존을 지원한데 이어 골목골목에 문화예술 옷을 입혔다. 지난 11일 개막한 '성동 디자인위크'다. 성수동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입주 기업 종사자와 주민 관광객이 어우러져 골목 지속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디자인위크가 한창인 가운데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카페에 내걸린 대형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디자인위크는 성수동 고유의 특색을 살린 문화축제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는 수제화 명소와 지식산업센터 공동작업공간으로 바뀌고 이색적인 찻집이나 음식점 등이 줄을 이으면서 달라진 분위기에 맞춰 동네 전체를 문화예술로 엮었다. 가까운 서울숲의 자연과 함께 골목에 자리잡은 숨은 명소를 소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터와 쉼터 문화공간이 공존하는 성수동'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5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는 '문화의 향기 가득한 성수동 골목여행'. 젊은이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골목부터 예술작품처럼 바뀌었다. '작품 구경'이라 이름붙인 '카페 갤러리' 행사다. 서울길과 연무장길 곳곳에 자리잡은 카페 12곳이 사진과 그림 미디어아트 등 작품을 내걸어 감성을 더했다. 구는 디자인위크 지도에 각 카페와 작품을 담아 예술감성을 충전하면서 골목여행을 하도록 꾸몄다.

평창올림픽과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으로 이름을 알린 김상택 미술감독이 청년 작가 작품성을 널리 알리고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동참했다. 최중명 사진작가와 홍동희 카페 할아버지공장 대표 등 성수동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도 선뜻 작품을 내주었다. 안방에서 거실 화분에 담긴 나무 등 일상풍경을 주로 담는 최중명 작가는 "성수동은 오랜만에 찾아도 낯설지 않은 동네"라며 "옛 모습이 잘 보존된 모습이 고향같고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11~13일에는 '사람 구경' '장터 구경'이 진행돼 시민들 발길을 모았다. 수제맥주와 거리공연, 지역 소상공인들이 만든 수제화와 의류 장신구 등 수공예품이 선보였다. 19·20일 성수동 도시재생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축제 '꽃길만 걸어요'와 함께 열흘간의 디자인위크가 마무리된다.

작가와 장인 기업인 주민이 하나된 잔치는 재개발 광풍이 비켜간 성수동이라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예술인과 장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점포주와 세입자가 상생하도록 공공에서 주도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모습을 간직한 붉은 벽돌건축물 보전을 위한 조례·지원도 도시재생 일환이다.

박은경 모리티아 대표는 "디자인위크가 더해져 성수동만의 특색있는 문화·분위기가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며 "방문객들이 각종 체험을 하고 성수동 분위기가 담긴 작품·상품을 사갈 수 있도록 벼룩시장 등이 진행된다면 언제든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허범무 성동구상공회 회장은 "다른 동네처럼 재개발이 진행됐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다"며 "볼거리 먹거리에 더해 기업과 소상공인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매개고리가 풍성해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성동구는 지역 구성원들 평가를 반영, 변화무쌍한 디자인위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디자인위크와 성수동은 아직 진행형"이라며 "패션과 음악 예술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축제로 진화시켜 성수동이 맨해튼을 품은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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