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에 고등학교를"

2019-10-29 12:37:02 게재

동작구·주민 한목소리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40여년 살고 있는 정유정(41)씨. 초등학생인 두 아이가 자랄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흑석동 일대에 고등학교가 없어 아이들을 위해 정든 동네를 떠나야 할 수도 있어서다. 정씨는 "아이들을 어느 학교로 보내야 할지 걱정된다"며 "부디 학부모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29일 동작구에 따르면 흑석동 인근 주민들 상당수가 정유정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중대부고가 강남지역으로 이전한 이후 흑석동에는 고등학교가 없는 상태다. 흑석동뿐 아니다. 인근 상도동과 노량진권역을 통틀어도 일반계 고등학교가 전무하다.

동작구 내 일반 고등학교 수는 5곳.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학급당 학생 수는 26.9명으로 서울시 평균 25.1명보다 1.8명 많다. 과밀학급으로 따지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다.

진학할 고등학교가 없다보니 동작구 중학생들은 졸업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한다. 올해만 해도 중학교 졸업생 절반 이상(51.4%)이 다른 지역 고교에 진하했다. 흑석동에 위치한 두 개 중학교 학생들은 각각 62.9%와 61.7%가 고등학교를 찾아 떠났다.

그동안 흑석동 주민은 1만 세대 가량 늘었다. 2006년 10월 흑석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고 2011년 흑석5구역 655세대를 시작으로 2012년 흑석4구역과 흑석6구역, 2018년 흑석7구역과 8구역이 입주를 마쳤다. 흑석9구역도 올해 하반기 이주와 철거 등을 거쳐 2023년 총 1536가구가 입주할 계획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흑석동 재정비사업에 따라 1만여 세대가 유입되고 학생 수가 증가, 고등학교 유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흑석동 주민들도 지난 2015년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2만5000여명 서명을 받아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온라인 서명운동도 이달 시작돼 3000여명이 동참했다.

동작구는 민선 6기부터 주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해 온 고등학교 유치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08년 흑석재정비촉진지구 내에 지정된 1만4047.5㎡로 24학급 규모 학교 용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24일 일대 재정비촉진구역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됐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는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숙원"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학교 이전을 가시화, 자녀 교육 때문에 떠나는 도시가 아닌 이사 오고 싶은 동작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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