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생활균형 조직문화로 혁신하라

2019-11-29 10:00:00 게재
이유리 건강가정컨설팅연구소 대표

최근 ‘워라밸’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기준이 됐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의 영어발음을 줄인 말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여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기업들도 ‘워라밸 경영’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인 한국도 ‘워라밸 경영’이 급격이 고조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적 측면이다. 한국의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은 0.9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 저하는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결국 국가재정 악화를 불러온다. 정부는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가족친화인증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채용 확대, 유연근무와 스마트워크 시스템화 등 기업의 워라밸 경영과 맞닿아 있는 대책들도 활성화되고 있다.

출산율 하락과 20·30대의 영향력 확대

둘째, 가족가치관의 변화이다. 과거 산업사회와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구성원의 행복과 가족관계의 만족 정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 젠더측면이다. 2018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9.4%로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전통적으로 30, 40대에 하강하는 M자형 취업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경제적 노동과 돌봄 노동에서 젠더평등을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전직원 대상의 워라밸 경영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졌다.

넷째, 세대측면으로 2000년대 이후 세대가치관의 급격한 변화이다. 웰빙과 욜로 시대를 거친 현재 20, 30대들의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조직문화혁신을 지속발전 경영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의 워라밸 경영과 관련한 제도는 정시퇴근, 유연한 근무와 돌봄 노동에 대한 지원이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시퇴근을 위해서는 근무시간 집중도 향상과 효율적인 일처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유연한 근무는 시간(자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과 장소(리모트워크, 재택근무제 등)의 유연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녀와 가족 돌봄지원을 비롯해 자기계발 특히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한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연차보장, 여가생활 지원 등이다.

고용노동부(2019)가 전국 5인 이상 50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유연근무제, 시차출퇴근제, 탄력적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중 하나라도 도입하고 있는 경우는 24.4%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은 워라밸경영을 더욱 힘들게 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측면을 고려한다면 협력업체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워라밸 경영은 CEO의 강력한 의지 중요

중소기업에게 워라밸 경영은 근로자 개인의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첫째, 워라밸 경영은 직장생활만족도와 조직충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감소시켜 채용과 훈련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워라밸 경영은 기업 인적자원의 성과를 높이고, 우수인력유지와 여성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조직 내 비효율적인 관행을 찾아내고 유연근무제 등의 업무혁신을 가져온다.

워라밸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동시에 중간관리자는 워라밸 가치의식과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근로자 개인들은 업무효율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경영혁신 차원에서 ‘일·생활균형 조직문화 확산’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이를위해 기업 스스로의 전사적 노력과 외부 전문기관의 조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