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2019년 검사 평가' 결과 하위검사 행태보니

"세무조사 의뢰하겠다" 허위자백 강요

2019-12-18 11:39:58 게재

수사단계서 변론 봉쇄, 피의자 무시, 불공정 수사

성범죄 피해자 시신사진 방청객에게 보여주기도

변협, 법무부·검찰총장에 전달 인사반영 요청

검사들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협박해 허위로 자백하게 하거나 피의자를 무시하고, 변호인이 메모를 못하게 방해하는 등 부적절한 수사행태를 여전히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2019년 검사평가' 결과, 하위검사의 사례를 발표했다. 변협은 또 우수검사도 발표하고 이 같은 평가 결과를 내년 상반기 검찰 인사에 반영해달라며 검찰총장 및 법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17일 우수검사 및 하위검사 명단 등이 포함된 '2019 검사평가 결과'를 법무부와 검찰총장에 전달하며 인사에 반영해 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이날 변협 임원들이 법무부 이성윤 검찰국장에게 검사평가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대한변협 제공


◆협박, 허위진술 요구 사례 = 검사 평가 결과 하위검사로 선정된 사례 중에는 협박하거나 압박을 통해 허위자백을 강요하는 검사가 있었다.

변협은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해 피고인이 허위 자백하게 했다"며 "다른 피고인도 이를 듣고 그 진술에 부합하는 허위 진술을 하게 한 검사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사건을 아무 이유 없이 지연 시켜 피의자가 10개월 동안 수사를 받게 하고, 사건 관련자들에게 "그럼 회사를 전부 털어야겠네, 사장 나와야지"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자주 한 검사도 있었다.

수사관의 조사과정 중 수시로 개입하면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특히 피의자가 변명을 하는 경우 등에서 큰 목소리로 윽박지르거나 자백을 강요하는 경우가 빈번한 사례도 있었다. 소환이나 수사과정에서 고성으로 피해자, 변호인 등에게 위압을 주는 발언을 해 공정하게 수사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검사도 있었다.

◆변호인의 변론권 방해 사례 = 이와 함께 변호인의 변론권을 방해하는 사례도 조사과정은 물론 재판과정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인이 조사 내용을 메모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변호인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변호인 참여권을 제한 할 수 있다고 겁박하는 검사가 있었다. 이는 검찰이 최근 인권보호 수사규칙을 시행하며 검사실에 메모용 의자까지 배치한 것에 역행하는 조사 방식이다.

아울러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고성을 지르며 무시하는 말투를 사용하거나 큰소리로 피의자를 야단치는 수사검사도 있었다.

또 검찰 측의 반대신문이 보장돼 있는데도 변호인 신청 증인들에 대한 변호인의 주신문 도중 끼어들어 검찰 측에 유리한 증언을 유도하는 사례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공판 절차의 진행에 있어 기본적인 형사소송법 상 내용을 위반해 증거를 임의로 제출하려고 하는가 하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고, 법정 증인에게 계속된 반복 질문, 유도 심문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성범죄 사건임에도 방청객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 시신 사진을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는 공판검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수사 사례 =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한쪽 당사자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불공정한 수사사례도 여러건 지적됐다.

변협은 "피의자신문조서를 검토할 때 피의자가 수정을 요구했는데도 매우 불편한 내색을 한 사례가 있었다"며 "당사자의 조사 요청을 불허하고 일방 당사자이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절차상 매우 불공정했던 검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사기 혐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예단을 갖고 피의자에게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로부터 송치된 사건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도 없이 경찰의견 그대로 불기소처분해 고소인이 항고해 재기수사명령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게다가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고소인을 추가조사하면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와 태도를 보여 공정한 수사를 받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검사도 있었다.

◆우수검사 사례도 발표 = 반면 변협은 우수한 검사 평가 사례도 제시했다. 우수 검사 중에는 고압적이지 않은 자세로 피의자 의견을 경청하며 신중히 수사한 검사, 고소인과 피의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 검사, 관련 판례를 사실관계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사건에 적용한 검사 등이 있었다.

한편 대한변협은 2015년부터 매년 검사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전국 모든 검사를 대상으로 변호사의 평가 결과를 수집했다. 올해 검사 평가 접수 건수는 지난해보다 684건 늘어 총 6670건의 평가표가 접수됐으며,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 수는 2070명이다. 올해 평가 평균 점수는 79.55점으로 지난해 평균 점수 80.24점보다 약간 하락했다.

우수 검사의 경우 평가 검사 중 상위 10% 이내, 평가점수가 90점 이상인 검사 중 상위 10위까지의 검사이고 하위검사는 하위 10% 이내, 평가점수가 낮은 검사 중 하위 10위까지의 검사다.

대한변협은 검사 평가의 긍정적인 사례와 부적절한 사례를 정리해 '2019년 검사평가 사례집'을 다음달께 발간할 예정이다.

우수 수사검사 10명은 서울중앙지검 소속 김형원(45·사법연수원 34기) 검사와 정유선(41·36기) 검사, 법무부 소속 조두현(49·33기) 검사 등이 선정됐다. 우수 공판검사 10명은 대구지검 소속 강여찬(55·20기) 검사, 서울동부지검 소속 김재현(37·47기) 검사, 인천지검 소속 장지철(35·변호사시험 3회) 검사 등이 선정됐다.

변협은 하위 검사로 선정된 수사검사 10명과 공판검사 10명에 대한 실명과 소속청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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