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펀드 사태 소송전으로 확대

2020-01-02 12:32:51 게재

우리은행·신한금투 상대 즉각 계약취소 소송 제기

'불완전 판매' 손배청구도

대규모 환매중단 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액을 실제 회수할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라임 사태는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물론이고 펀드판매 계약 자체의 취소를 요구하는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취소, 전액 반환 가능" = 2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이 펀드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며 고소인 모집에 나섰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라임무역금융펀드 투자자를 대리해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를 상대로 펀드판매 계약 자체를 취소하고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펀드 판매과정에서의 잘못되거나 미흡한 설명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이번 소송에 포함할 예정이다. 소송 진행 중 환매 및 청산절차의 미완료로 손해액이 확정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한다.

이번 계약취소 소송에 원고로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는 우리은행 및 신한금융투자 등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라임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하였다가 환매중단 등으로 손실을 보았거나 볼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투자자들이다.

펀드상품투자와 관련해 법원실무상 손해배상과 달리, 계약취소가 인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구현주 변호사는 "한누리는 피닉스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14호 펀드(일명 '항공기펀드')사건에서 대법원까지 진행해 계약취소 주장을 인정받고 투자금의 전액을 반환받는 판결을 이끌어 낸바 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6다363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12. 18. 선고 2014나60608 판결 사건)"며 "이는 펀드상품투자 관련 우리 법원에서 계약취소를 인정한 거의 유일한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통상 펀드상품 투자와 관련해 불법행위 등이 존재할 때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크게 △판매사·운용사를 상대로 하는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판매사를 상대로 펀드계약 취소 및 투자금 반환청구 등 2가지가 있다. 이때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재판에서 원고(투자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손해액의 전액보전은 어렵다. 투자 과정에서 일정 부분 투자자의 과실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을 일부 감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라임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펀드 환매 및 청산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판매사를 상대로 한 계약취소 소송은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소송이 가능하다. 또 투자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구 변호사는 "라임 글로벌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에 대해 해당 펀드 투자금이 글로벌 무역금융 펀드에 직접 투자되는 것이라 설명되었지만 해당 펀드의 투자자금은 직접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모펀드인 무역금융 TF에 투자되고, 무역금융 TF가 글로벌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상품이었다"며 펀드 계약을 취소할 만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판매 과정에서 제시된 수익률 또한 사실은 조작된 수치였다는 점, △투자대금 상당 부분이 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구조였음에도 '각종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설명한 점 △투자자금의 사용처가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한 다른 펀드상품의 만기자금으로 사용되는 점 또한 이유로 꼽았다.

법무법인 광화는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10월에 만들어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서 이달 25일까지 고소인을 모집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 여부 판단 핵심" = 광화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이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펀드를 계속 판매했는지,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법리 검토를 거쳐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며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 펀드 판매사도 고소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1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000만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IIG 관련 펀드 자산을 동결했다. SEC는 IIG가 2018년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3500억여원) 등을 합쳐 레버리지 자금 등 6000억원대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IIG 헤지펀드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는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라임 펀드는 손실이 나면 일반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떠안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전체 손실이 40% 수준이면 개인들은 한 푼도 못 건지게 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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