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공포 … 증시 하락세 전환

2020-01-22 11:40:09 게재

돌발변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부 주목

공포감 고조될 경우 추가 조정에 대비해야

중국의 '우한 폐렴' 확산 공포에 연초 상승세를 보이던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서도 환자 발생… 뉴욕증시 급락 =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중국의 '우한 폐렴' 확산 공포에 사상 최고치 행진을 멈췄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2.06p(0.52%) 내린 2만9196.04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83p(0.27%) 하락한 3320.7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14p(0.19%) 떨어진 9370.81에 장을 마쳤다. 유럽 Stoxx 600 지수도 0.1% 하락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사망자가 나오고,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확산 공포가 커져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첫 발생하면서 장중 다우지수는 200p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황금 연휴인 춘제(중국의 설)를 맞아 몇억명의 대이동을 앞둔 상황이어서 중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2002~2003년 경제를 강타한 제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되는 것아니냐는 공포도 번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아시아증시가 큰 폭 하락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짙어졌다.

전일 코스피 지수도 4거래일 만에 하락전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홍콩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로 아시아 주가지수가 하락한 데다 중국 '우한 폐렴'의 확산,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 각종 악재가 잇달아 불거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 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1.16p(0.05%) 내린 2238.53으로 출발해 9시 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1p(0.05%) 하락한 2238.48을 가리키고 있다.

◆사스·메르스 사태와 유사 = 증시 전문가들은 초기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와 89%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사람간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2003년 중국 사스 혹은 2015년 한국 메르스 사태와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업종의 수혜는 크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된다.

대외 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사스의 확산으로 홍콩은 17억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고, 싱가폴은 2003년 GDP 1~1.5%p 감소,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2분기 GDP 성장률 1%p 하락했었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특수가 기대되던 면세점, 화장품, 의류 업종 등의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국내에서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방한 관광객이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한 바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상승은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익실현의 빌미를 주는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여부는 주가의 방향을 결정할 요소"라며 "추가 확산이 차단되면 증시는 상승을 재개하겠지만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며 공포감이 고조될 경우 추가 조정 가능성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제성장률 하락, 관세갈등 여전히 증시 발목 잡아 = 한편 글로벌 증시 하락은 IMF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과 미국과 중국, 미국과 EU의 관세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2단계 무역협상과 관련한 우려도 커졌다. 므누신 미국 내무장관이 2단계 협상이 된다해도 기존 관세를 모두 없애는 '빅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무역합의가 타결되지 않으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에 대해 매우 진지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동차관세를 거듭 위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전의 3.4%에서 전일3.3%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소폭 내려 잡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무디스가 홍콩의 신용등급을 Aa3 로 1 단계 강등했고, 이라크 미국 대사관그린존에 3 발의 로켓포가 발사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고조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