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자원순환계획 목표부터 잘못

2020-01-23 11:39:40 게재

감사원 "정책전환 대책 미흡, 폐비닐 대란 재발 가능성"

제대로 된 폐기물 통계 없고, 지자체 계획 수립시 혼란

2018년 4월 폐비닐 대란 사태 이후 환경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목표를 과다 혹은 과소 설정해 국가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자원순환기본계획은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관련 중장기 정책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 중장기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자원순환시행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법정 산정방법과 다르게 계산 = 감사원은 22일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부는 자원순환기본계획 수립시 생활폐기물 최종 처분율 감축 목표를 설정하면서 법정 산정방법과 다르게 계산해 잘못된 목표를 수립했다.

환경부는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생활폐기물 최종처분율을 2016년 19.9%에서 2027년 7.7%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법정 산정방법과 달리 재활용 공정 중 발생한 잔재물이 매립되는 간접최종처분량(2363.1톤/일)을 반영하지 않은 채 목표를 설정했다. 간접최종처분량을 반영해 최종처분율을 재산정하면 2027년 최종처분율 목표가 12.1%로 껑충 뛴다.

감사원은 생활폐기물 순환이용률 역시 소요 재원 규모를 고려하지 않아 목표를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순환이용률을 2016년 35.8%에서 2027년 61.1%로 25.3%p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처리시설 설치비용을 계산한 결과 약 2조3355억원이 필요한데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서는 675억원만 반영됐다.

감사원은 "생활폐기물 순환이용률 목표가 과다설정 되는 등 환경부가 국가 계획 수립시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정책목표를 설정했다"며 "지자체 등이 자원순환기본계획을 기초로 수립하는 자원순환시행계획 및 집행계획이 부적정하게 수립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근간이 되는 폐기물 통계조차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부 통계(2017년)에 따르면 전체 폐기물의 85.4%가 재활용되고, 6.1%는 소각, 8.3%는 매립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재활용되지 못한 잔재물까지 재활용된다고 계산해 제대로 된 통계 자료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2018년부터 최종처분율(실질매립률), 순환이용률(실질재활용률) 개념을 도입했지만 아직까지도 통계상 문제점은 보완되지 못하고 있다.

◆단기간 내에 폐플라스틱 감량 어려워, 대안 필요 =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폐비닐 수거 거부 대란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직매립 되는 가연성폐기물 연간 100만톤에 대한 처리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정책 전환을 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에서도 고형연료(SRF)를 사용하고, 대기오염배출관리가 잘된 대형고형연료 사용시설은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류를 소각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유효한 수단"이라며 "환경부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도 없이 2017년 9월 가연성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고형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환경부는 2008년 폐기물을 고형연료로 제조 사용하는 등으로 에너지화하는 폐기물 관리체계를 2020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관련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2017년 돌연 고형연료제품 환경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 억제 정책으로 전환한다. 감사원은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가연성폐기물 발생량은 지속적인 감량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간 내에 폐플라스틱 폐비닐류의 원천적 감량화와 물질재활용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폐비닐 수거 대란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류 등은 발열량이 높아(3500kcal/kg이상) 1990년대 후반 낮은 발열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종전 소각시설에서 소각처리도 어렵고 용량이 부족해 매립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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