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지자체 핵심어 | 서울 중구 '생활행정'

진학상담 학원에서? "구청으로 가요"

2020-02-19 10:56:52 게재

보육·교육 '직영 4종세트' … 공공서비스 품질 높이고 학부모 부담 줄여

"아는 형이 소개해줬어요. 일정 관리며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이 될 거라고…."

3월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한준(장충중)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매주 한차례꼴로 서울 중구 예관동 중구청을 찾는다. 별관 4층 진학상담센터다. 과학고를 목표로 했다가 방향을 선회한 뒤 엄마와 함께 김광규 실장을 만난 게 시작이었다. 한준이는 "공부만 하느라 지쳤는데 부담감을 덜고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목표의식 동기유발로 꿈에 대한 명확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밝아졌다"고 평했다.

서울 중구가 구청 안에 진학상담실을 마련해 주민들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행정서비스를 지향하는 생활행정 일환이다. 예한준 학생이 김광규 실장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중구 제공


중구는 2020 핵심어로 '생활행정'을 꼽는다. 대규모 건축사업 등 '토건행정'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구가 적은 지자체 특성에 맞춰 주민 생활을 바꾸고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재정과 인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미래세대에 투자하는 보육과 교육을 구에서 직영, 공공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직영 4종세트'는 대표적인 생활행정 사업이다. 이름만 국공립인 '민간위탁' 대신 공공이 직접 개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학부모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교육과 보육은 민간에 위탁하지 않는데 유독 우리만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대부분 민간에 맡긴다"며 "공공에서 책임지고 운영, 효율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 키우는데 도움이 될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학상담센터는 학부모 대토론회나 구청장과 면담에 참여한 주민들 상당수가 입시·진학·진로 관련 상설 상담자문을 요구, 시작한 사업이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서 문을 열었는데 공간부터 구청 안에 배치했다. 중구 관계자는 "주 3일 상담을 계획했는데 몇달간 예약이 밀릴 정도로 반응이 좋아 두달만에 주 6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소식지 '중구광장' 뒷면에 공공 교육정보지 '에듀중구'를 함께 발간, '공교육 끝판왕' 소식을 매달 전하고 있다.

초등 돌봄교실은 신당동 흥인초등학교 3개 반으로 출발했다. 운영시간을 저녁 8시까지 연장하고 돌봄전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학교를 벗어나지 않고 돌봄교실에서 매일 별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영양을 따진 저녁식사에 안전을 위한 보안관까지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 6개월만에 봉래초등학교가 동참했고 올해는 남산초등학교 등 3곳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지난해 지자체 저출산 최우수시책으로 선정,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위탁이 끝나는 대로 직영으로 전환 중이다. 신당 황학 신당하나 등 5곳에 이어 민선 7기에 전체 24곳 가운데 민간 위탁이 끝나는 18곳을 전환한다. 보육 교직원 정년보장으로 돌봄 안정성이 높아졌고 학부모들은 구 지원으로 현장학습 특별활동 비용 부담을 덜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진로체험은 금융권을 포함해 각종 기업체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십분 활용한 사업. 25인승 버스와 함께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1조원 클럽'에 속한 기업 35곳, 국·시·구립 시설과 문화재, 을지로 공방 등 다채로운 공간이 살아있는 진로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체험 현장이 된다. 현재 92곳이 함께 하는데 올해는 더 확대, 아이들이 더 많은 직업을 배우고 체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사람에 투자하는 따뜻한 사람 중심 생활행정은 거스를 수 없는 요구이며 시대적 흐름"이라며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다른 지자체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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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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