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류 미래를 밝히는 산림생명자원의 가치

2020-02-20 11:08:54 게재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인류는 오랜 세월 질병과 싸워왔다.

우리는 2009년 이른바 '신종플루'라고 불리며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플루엔자 A형 H1N1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기억한다. 당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 식물인 '스타 아니스(팔각)' 열매에서 추출한 시킴산을 주원료로 하며 신종플루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타미플루 개발은 생명자원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잠재적인 혜택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진통제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 천연물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개발된 신약 중 50%가 식물의 천연물에서 나왔다. 생명자원은 기후변화, 생물 종 관리,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할 중요한 자원일 뿐만 아니라 의약 식품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 원료이다. 이러한 생명자원의 92%는 산림 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생명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소재로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독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에서 유방암 억제 신물질인 로리딘E를, 무궁화 뿌리에서는 폐암 억제 신물질인 무궁알렌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신물질의 발견이 새로운 질병을 정복하는 치료제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고야의정서가 2018년 국내에서도 본격 시행되면서 천연물 원료 소재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도 수입 단가 상승이라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그동안 수입에 크게 의존해오던 산림생명자원을 국산재로 대체해나가야 할 이유가 되는 동시에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가치를 높이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산림생명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산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번째는 생명자원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 분산 관리되고 있는 실물자원과 정보를 일원화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제공하기 위한 분류 체계와 정량적 기준 및 통계 지표를 표준화해야 한다.

두번째는 고부가가치 천연물 제품 개발을 위해 천연물 분석기술, 생물 효능·안정성 평가 기술 등의 생명공학기술을 연계해야 한다. 산림생명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전공학기술, 시스템생물학기술, 생물정보학기술, 생물 안정성 및 효능 평가 기술 분야의 폭넓은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번째는 산림 분야의 현안 사항인 임가(林家) 규모의 감소, 산림인력의 고령화, 저성장 등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림과학기술 연구개발 및 사업화를 통한 임가 소득을 안정화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산림정책과 지속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을 활용한 생명산업이 머지않은 미래에 정보통신기술(ICT), 나노기술(NT),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 기술 분야와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신기술 및 신산업을 창출하고 국가 바이오산업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