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3.1운동 101주년 잊힐라

2020-02-28 11:28:15 게재

용산구 '용산인쇄소 직공 파업시위' 소개 … 기념식 대신 유관순 추모비 참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3.1운동 기념식마저 취소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가 지역 내 주요 파업·만세시위 현장을 구 소식지에 소개, 주민들과 공유한다. 용산구는 3.1운동 101주년을 기념해 3월 '용산구소식'에 '용산인쇄소 직공 파업·만세시위'를 소개했다고 28일 밝혔다.

용산인쇄소 시위는 1919년 서울에서 벌어진 최초의 노동자 파업시위로 꼽힌다. 서울시내 상인들이 상점 문을 함께 닫는 '동맹철시(同盟撤市)'를 결의했던 3월 8일 저녁 조선총독부 산하 공기업인 용산인쇄소 직공 200명이 야간작업을 중지하고 거리로 나와 '조선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 공기업이었던 용산인쇄소 전경. 현재 원효로2가 옛 부지에는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사진 용산구 제공


경성헌병대 용산분대가 급히 출동해 주모자 20명을 검거, 시위는 곧 중단됐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용산철도국 동아연초회사 경성전기회사 직공과 차장들이 파업시위를 이어갔다. 10일에는 서울시내 모든 전차가 멈췄다. 용산인쇄소 직공들은 그 해 8월과 11월에도 동맹파업을 벌였다.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이 소식지에 글과 사진을 제공했다. 김 실장은 "용산은 일제강점기 무단통치의 심장 조선군사령부가 있던 곳"이라며 "용산인쇄소 직공들은 정말로 서슬 퍼런 탄압을 각오하고 만세시위를 벌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가 벌어졌던 현장은 원효로3가 옛 KT 원효지사 부지. 인쇄소 흔적은 없어진지 오래고 KT 데이터센터 공사가 한창이다. 용산구는 하반기에 시위 관련 안내판을 세울 계획이다. '용산 역사문화명소 100선 안내판 제작사업' 일환이다.

인쇄소에 이어 소식지에 '근현대사 현장을 찾아서' 기획 연재를 이어간다. 백범 김 구 선생이 국가 재건을 위한 인재양성 목적으로 1947년 설립한 건국실천원양성소 터(원효로2가), 전쟁고아 500명 삶터였던 경천애인사 터(한강로1가) 등 소개가 예정돼있다.

한편 용산구도 3.1절 기념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다. 성장현 구청장이 27일 공무원들과 함께 이태원동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에 세워진 유관순 열사 추모비에 참배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유관순 열사는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지만 일제가 일대를 군용기지로 전환하면서 묘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용산구는 2015년 옛 이태원 공동묘지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추모비를 세웠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노동자들이 주도한 용산인쇄소 직공 만세시위는 항일독립운동사에서 의미가 매우 큰 사건"이라며 "3.1절 기념식을 개최하지 못하지만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지역 내 보훈 유적지를 찾아 선열들 높은 뜻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확산"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