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비상대응계획(BCP) 들여다보니

확진자 나오면 대체근무지 이동, 또 뚫리면 전원 재택

2020-03-09 14:09:16 게재

비상시 2개 그룹 분리, 현재 3개 부서만 분리근무

"지금부터 부서별 인력 나눠서 재택 근무해야"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의 비상대응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최악의 경우 전원 재택근무를 하는 비상대응계획을 세웠다. 금감원의 업무가 마비되면 금융기관 전체에 대한 감독시스템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직원 중 확진자 발생시 윤석헌 금감원장을 비상대응 TF 단장으로, 운영공간을 분리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코로나19 관련 비상대응계획(BCP, 업무지속계획)을 보완한 세부 시행방안에는 시나리오별(3단계) 운영지침이 담겨있다. 1단계는 정부가 전염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 현재 시행 중이다. 2단계는 확진환자가 금감원을 방문했을 경우, 3단계는 금감원 직원 중 확진환자 또는 밀접접촉자가 발생한 경우다.

금감원은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청사를 3일간 폐쇄하고 전체 부서를 2개 그룹으로 나눠서 대체근무 장소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연수원(금감원장 총괄)과 여의도 하나금융투자(수석부원장과 부원장 총괄) 건물에서 분산 근무하게 된다. TF에 속하지 않은 직원들은 재택근무 형식으로 부서장과 팀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수행(메신저·전자결재 활용)을 하게 된다.

청사 폐쇄기간 종료 후 방역당국 공조를 통해 사전점검을 수행하고, 이상이 없는 경우 청사 폐쇄는 해제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대체근무 장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장소는 폐쇄되고 금감원 직원 전체가 자가격리 또는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금감원은 전 직원 재택근무시 비상대응 구성안도 마련했다. 금감원 조직을 4개(기획경영반, 금융회사반, 금융시장반, 금융소비자반) 그룹으로 나눠서 수석부원장을 포함한 부원장들이 반장을 맡는 방식이다.

현재 금감원은 주요부서 인력을 분리근무시키고 있다. 전산망을 관리하는 IT인력은 통의동 연수원과 재택근무로 나눠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해당 부서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부서 전 직원이 자가격리되는 만큼 위험을 분산시킨 것이다. 전자공시를 담당하는 기업공시국 직원 일부도 수도권 모처의 DR(Disaster Recovery)센터로 출퇴근 하고 있다. 민원상담 부서 역시 일부 인력을 분리근무시키고 있다.

금감원은 원내 회의와 행사, 연수 회식을 취소·연기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검사 등 출장을 원칙적으로 중단했다. 임산부 등 건강우려 직원에 대한 재택근무 수요를 우선 파악해 담당부서장의 재량 하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은 재택근무를 위해 직원이 보유한 노트북 등에 원격근무시스템을 설치했다. 원격근무시스템 사용권한이 없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사용권한을 부여했다. 휴일 중 자가격리 대상 지정 등으로 사무실 방문이 곤란한 경우 사무실 PC를 자택으로 배송하는 운영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같은 비상대응계획안 마련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나리오 1단계에서 재택근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의 팀장급 인사는 "임산부 등 건강 우려 직원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재택근무를 지시할 필요가 있다"며 "부서장 재량으로 결정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해당 부서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부서별 일부 인력을 재택근무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금감원의 고참급 직원은 "부서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해당 업무가 마비되는 만큼 부서 인력을 5분의 1로 나눠서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만큼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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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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